[기자의 눈]신석호/「영장실질심사制」꽉막힌 法-檢

  • 입력 1997년 11월 15일 20시 29분


지난해 12월 한국법학회가 주최한 영장실질심사제 토론회에서 대검의 민유태(閔有台)검사는 『같은 사법시험을 통과한 판사와 검사의 (영장실질심사제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는 말로 양측의 입장차이가 간단치 않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그후 영장실질심사제가 시행된지 11개월이 지난 14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영장실질심사제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민검사와 비슷한 주장을 동부지원 윤남근(尹南根)판사가 제기했다. 윤판사는 『같은 법대 강의실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판사와 검사가 되고부터는 서로 다른 헌법을 갖게 됐느냐』며 검찰측을 비난했다. 이날 양측은 현실에 대한 판단과 법리 해석, 인권에 대한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쟁점에서 심각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인권보호를 위해 모든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해야 한다는 법원의 주장과 수사의 효율성과 치안확립을 위해서는 형식적인 영장실질심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양측 주장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수사기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잠재적 피의자인 국민의 「인권신장」이 중요하다는 판사들, 다수 일반인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법원의 간섭을 받지 않는 원활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사들의 주장이 있었을 뿐이다. 이날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지난 1년 동안 법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점이다. 「인권신장」과 「삶의 질」 모두 국민에게는 중요한 가치다. 문제는 책임있는 두 기관이 지금까지 한번도 상대의 주장에 귀기울여 「운용의 묘」를 살리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수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검찰의 주장을 인권이라는 「당위」를 내세워 무시해왔다. 검찰 역시 제도 시행과정에서의 문제를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다 사실상 제도 자체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이같은 행태를 국민의 입장에서는 모두 직무유기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신석호<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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