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보석결정배경]재판부 1심판결에 「이견」시사

  • 입력 1997년 11월 3일 19시 32분


김현철(金賢哲)씨에 대한 법원의 전격적인 보석결정은 그 시기와 내용에 있어서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1심에서 실형선고가 난 뒤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또 항소심의 첫 공판날짜도 잡지 않은 상태에서 보석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재판부가 이미 뭔가 심상치 않은 「예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보석 사유인 건강상의 문제나 일정기간 구금생활을 통한 어느 정도의 처벌효과 달성 등 통상적인 이유를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신 현철씨에 대해 조세포탈죄를 사법사상 처음으로 인정한 1심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판결의 판시내용 중 결과적 조세포탈과 차명계좌 이용만으로 조세포탈죄를 인정한 부분은 법률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부분에 무죄도 가능한 만큼 현철씨를 계속 구속상태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정치인들이 돈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철씨만을 구속상태로 재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형평성의 논리」를 폈다. 이같은 점으로 미루어 재판부는 이미 현철씨에 대해 단호한 처벌의지를 밝힌 1심 재판부의 판결과는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석결정에는 외견상 1심선고 직후 시작된 현철씨와 변호인측의 공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의혹에 대한 수사유보 결정 이후 『검찰이 누구는 무리한 법리로 구속까지 하면서 누구는 수사조차 하지 않느냐』 『편법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에게 한번도 과세해본 적이 없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현철씨에게만 세금을 안냈다는 올가미를 씌울 수 있느냐』는 논리가 재판부에 먹혀 들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총재간의 청와대 만남에서 김총재가 현철씨 보석문제를 양해해 주기로 했다는 불확실한 설도 법조계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어쨌든 이번 보석결정으로 일부 드러난 2심 재판부의 생각에 비추어볼 때 현철씨에게 적어도 일부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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