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의 그림자가 법원에까지 이어져 경매신청이 크게 줄어들고 경락률과 경락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기소자는 크게 늘고 있다.
불황의 여파는 민사재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8일 오전 서울지법 1층 경매법정에는 평상시의 반도 안되는 1백여명의 입찰 참가자들이 경매에 참가했다.
경매브로커 김모씨(31)는 『그래도 오늘은 입찰자가 많은 편』이라며 『최근 몇달 동안 시중에 돈이 말랐는지 경매 때마다 북적대던 법정이 한산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지법 민사집행과에는 지난 7월 5백71건이던 경매신청 건수가 9월에는 4백30건으로 줄었다.
집행과 관계자들은 『불황으로 경락률이 10% 정도 줄고 경락가격도 낮아져 경매비용을 빼면 경매를 신청하는 채권자들이 오히려 손해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5백51건에 달하던 경락건수가 10월에는 28일 현재 4백건도 안되며 경락받은 입찰자들이 잔금을 지불하지 못해 계약금을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주 등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불황 때문에 못받게 된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위해 구상금을 청구하는 사건도 크게 늘고 있다.
형사법정에도 불황의 흔적은 역력하다. 서울지법 본원 형사단독과의 경우 부도를 내고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기소된 피의자가 지난 1월에는 37명에 불과했으나 8월에는 61명이나 됐다.
판사들은 이들이 선고 전에 돈을 모두 갚으면 무죄를 선고하도록 돼 있어 공판 때마다 수표회수여부를 점검하며 선고를 최대한 연기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법정에 나온 피고인들은 『돈을 구하고 있으니 선고를 한달만 연기해 달라』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사6단독 김형진(金亨鎭)판사는 『최근 불황의 여파로 수표회수율이 계속 낮아져 실형을 선고받는 사람들이 2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의 전단계인 조정신청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조정신청 건수가 지난 7월 2백58건에서 8월 2백34건, 9월 2백25건으로 줄었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실직과 부도로 퇴직금도 제대로 못받는 경우가 늘어나자 조정신청 건수가 줄고 위자료와 재산분할 청구소송도 주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호갑·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