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도박/崔로라씨 폭로]「王」불리며 「봉」노릇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한국인들의 「도박성적」은 거의 「백전백패」(百戰百敗)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호텔 카지노의 한국인 마케팅 책임자인 최로라씨(42·여·구속)는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달러를 빌려 도박을 한 한국인 고객의 명단과 전과(戰果) 등을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이 진술조서에 따르면 「최로라 리스트」에 오른 40여명의 한국인 거물급 고객들은 대부분 돈을 빌린 뒤 일주일 이내에 다 날려버렸다. 도박장에서 돈을 딴 것으로 기록된 사람은 대전 동양백화점 오종섭(吳宗燮)부회장뿐이었다. 그는 6월7일 3백만달러를 빌려 모두 잃기도 했으나 그 이전에 빌린 20만달러를 밑천으로 하루 사이에 1백11만달러를 따기도 했다. 최씨는 오씨에 대해 『카지노의 가장 큰 손님으로 「오왕(King)」으로 불렸으며 올 정초에는 카지노 지배인이 직접 한국에 와 인사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이밖에 자신이 카지노에서 한국인들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배경과 「요약보고서」(The Mirage Summary Report)라는 제목의 외상장부의 실체, 자신의 월수입, 한국에 돌아와 냉면집을 경영하려던 계획 등을 진술했다. 최씨는 72년 여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77년부터 92년까지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의 딜러로 일했으며 92년부터는 한국인고객 마케팅 책임자로 일했다. 월수입은 5천∼6천달러. 최씨는 카지노에서 한국인 고객을 유치하고 이들을 상대로 신용도에 따라 최고 2백만달러까지 도박자금을 무이자로 2개월간 대출해주고 국내에 들어와 이를 수금하는 일을 해왔다. 한편 최씨의 리스트에는 검찰이 발표한 명단 이외에 「존」이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한국인과 이모씨가 각각 1백86만달러와 70만달러를 빌려 도박을 한 것으로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확인이 안된다』는 이유로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최씨의 한 측근은 『존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 사건의 제보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형·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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