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안기부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 북한공작원에게 포섭된 대졸 여성들이 현지에서 북한노동당에 입당한 뒤 공작금을 지원받아 출신대학 후배들을 포섭, 이들을 한총련 간부로 침투시킨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과 안기부 부산지부는 29일 동아대 학생운동단체인 「자주대오」를 수사하던중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붙잡힌 동아대 일문과 졸업생 배윤주(28·여·외국어학원 강사) 지은주씨(28·여·〃)등 이 단체 조직원 7명이 간첩활동을 해온 혐의를 잡고 이중 5명을 구속하고 2명을 수배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배씨와 지씨는 94년 3월 어학연수를 위해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東京)에서 어학연수중 조총련 도쿄지부 청년단 교육부장 오카다 이치로(岡田一郞·36)에게 포섭돼 94년11월과 95년8월 현지에서 북한 노동당에 각각 입당했다는 것.
배씨와 지씨는 조총련으로부터 1천여만원의 공작금을 지원받아 95년말 귀국, 동아대 학생단체인 「활동가조직」 조직원인 서봉만(27·경영4년·구속) 도경훈씨(25·응용통계4년·구속) 등 후배 5명을 포섭해 지난해 7월 이 대학 학생회관에서 북한 노동당 입당식을 거행했다고 수사기관은 밝혔다.
지씨는 이어 지난해 8월과 9월 서씨 등 2명을 대동,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福岡)의 모여관에서 현지입당식을 가졌다는 것.
이들은 지난해 11월 실시된 동아대 총학생회장선거에 도씨를 후보로 내세워 제공받은 공작금 3백만원을 선거자금으로 활용해 당선시켰으며 도씨는 한총련 중앙위원 등 한총련 간부직을 맡아 학원가의 친북통일투쟁을 주도해왔다는 것.
이날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아직까지 이들이 간첩활동을 했다고 말할 수 없으며 경찰의 수사내용을 토대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은 정재성(鄭宰星)변호사는 『안기부와 경찰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서씨 등 피의자들이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구속된 도씨 등으로부터 「노동당 입당 등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며 사건이 조작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구속된 피의자 가족들도 『수사기관이 증거도 없이 사실을 조작했다』고 주장,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부산〓석동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