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야 착하지. 이리 앉아』
24일 낮 12시 이화여대 학관 3층 교양영어 수업시간. 30여명의 여학생 틈에서 커다란 개 한마리가 책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함께 강의를 들었다.
시각장애인 김예진(金睿眞·19·특수교육학과 1년)양의 안내견인 「세미」. 올해 두살난 세미는 김양과 함께 등 하교길은 물론 강의실 교내식당 등을 하루종일 같이 다니며 김양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특수훈련을 받은 세미의 가장 큰 장점은 절대 짖거나 물지 않는다는 점. 수업시간 내내 김양의 발밑에 앉아 강의를 듣거나 잠을 잔다. 같이 수업을 듣는 신지혜양은 『세미가 너무 조용해서 강의실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여학생들은 복도에서 커다란 개를 발견하고는 「어머나」하며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사람들이 안내견에 대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요』
우선 버스탈 때 운전사 중에는 개를 데리고 타는 김양에 대해 승차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학적증명서 등을 떼러 대학본관에 들어갈 때 일부 교직원에게서 『개는 건물 밖에 두고 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누하동이 집인 김양이 세미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세미는 장애물을 피하고 계단이나 차가 나타날 때는 멈춰 김양을 보호한다.
캐나다가 원산지인 세미는 두달 전 삼성맹인안내견학교로부터 기증받은 골든 리트리버종. 「앞으로」 「차 찾아」 「계단 찾아」 등 40여가지의 명령을 알아 듣는다.
현재 김양처럼 안내견을 기증받아 생활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건국대 대학원 전모씨, 강원대 법학과 길모교수 등 모두 20명이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