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는 별이 되어…친구 마지막편지 종이학에 붙여 띄워

  • 입력 1997년 9월 14일 09시 08분


바다는 저녁 노을이 비쳐 붉게 물들고 있었다. 「… 우우… 처얼썩…」. 바닷물이 천천히 움직였다. 슬픔에 겨워 몸을 뒤척이는 사람처럼 바다는 그렇게 조용히 나리를 품었다. 『나리야, 여기서 한껏 웃던 네가… 어디 갔니, 나리야…』 박나리양의 어머니 한영희씨(41)는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나리의 체취가 남아 있기라도 한듯 한씨는 힘없이 백사장을 쓸었다. 아버지 박용택씨(41)는 나리의 재가 담긴 함을 안고 말없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 떨리는 손으로 나리를 떠나 보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른 한씨는 나리와의 어이없는 이별을 믿지 않으려는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나리가 유괴당하기 직전인 8월24일 어머니 동생과 함께 놀러왔던 대천해수욕장. 『나리야, 저 세상에선 부디 행복하거라. 너를 잊지 않으마』 사랑하는 가족이 나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찾아온 바다. 나리는 13일 오후 7시경 「살아 생전 가장 행복해하던」 이 바다의 물결에 실렸다. 무서운 세상의 기억을 씻고…. 나리의 육신은 이날 오후 경기 성남에서 정갈히 태워졌다. 『단 며칠이라도 나리와 함께 있고 싶다』던 가족들은 마음을 바꿔 나리를 빨리 하늘나라로 보내주기로 했다. 나리는 이 바닷가에 오기 전에 이미 하늘나라로 갔는지도 모른다.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 곰인형을 안은 채. 친구 송누가양(8)이 그렇게 믿는 것처럼. 『하늘나라에 가 있는 나리야, 네 이름처럼 초롱초롱 빛나기를 바래』 이날 오전 서울강남병원에서 치러진 영결식에서 나리에게 부친 편지 뒷부분에 누가는 『나리야, 꽃다운 처녀가 되길 바래』라고 썼다. 편지를 종이학의 날개에 붙여 나리의 영정 앞에 올려 놓으며 누가는 『하늘나라 우편집배원아저씨는 종이학이래요』하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밤 대천 바닷가 하늘에는 드문드문 별이 보였다. 내일밤 저 하늘 한복판에는 또하나의 빛나는 별이 뜰 것이다. 〈대천〓이명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