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잘못키워…』 고개떨군 유괴범 아버지

  • 입력 1997년 9월 12일 20시 07분


박나리양의 유괴범 전현주씨를 검거하는 데는 내무부 산하단체 고위 공직자인 아버지 전모씨(55)의 「속죄의 심정」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전씨는 며칠간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 군포시 산본2동 L아파트 근처에 형사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리양유괴사건 용의자 몽타주를 보고 혹시 딸이 연관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3월 결혼한 딸에게 전화를 해보았으나 며칠째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11일 오전 5시반. 자신이 일하는 단체의 추석 망향제에서 「망향사」를 읽기로 돼 있던 전씨는 직원에게 『차를 보내지 말라』고 전화를 걸었다. 『처가쪽 친척이 상을 당해 아내와 함께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둘러댔다. 이날 오후 1시35분경 전씨는 서초경찰서 강력3반에 전화를 걸었다. 전씨는 『왜 우리집 근처에 서초서 형사들이 찾아오느냐』고 물었다. 경찰은 『당일 현장에 있었던 사람중의 하나가 딸 현주씨인 것 같으니 확인해 달라』고 협조요청을 했고 전씨는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같은날 오후 3시 전씨는 부인 및 처남과 함께 행주산성 매표소 앞에서 경찰과 만났다. 경찰은 현주씨가 걸어온 협박전화 녹음테이프를 3명에게 따로따로 들려주었고 현주씨의 아버지 전씨와 어머니 그리고 외삼촌은 모두 『내 딸이 맞다』 『내 조카가 맞다』고 확인했다. 수사는 급진전됐고 현주씨는 12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전씨는 함경남도 흥남 출신으로 지난 90년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뒤 내무부 근무를 거쳐 산하 단체의 요직을 맡고 있다. 전씨는 딸이 유괴범으로 드러나자 『자식을 잘못 키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게 됐다』면서 『나리양 부모에게 자식을 대신해 어떻게 속죄해야 옳을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고 한 경찰 수사관은 전했다. 〈전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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