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선진국「보행우선」정책]횡단보도 먼저 만든다

  • 입력 1997년 9월 11일 07시 52분


일본 도쿄의 관청가에 위치한 가스미가제키 지하철역 사거리. 사거리 각 도로의 횡단보도로 행인들이 오가지만 이때문에 교통흐름이 방해받는 일은 없다. 느긋하게 진행신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택시운전사 와타나베(56)는 『한국에는 지하철역 위 노상에 횡단보도가 없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횡단보도 때문에 운전자가 10여초 더 기다린다 하더라도 노약자나 어린이가 지하보도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70년대 초부터 지하철역 위 노상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육교 대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방향이다. 도쿄경시청 하나다 교통기술계장(41)은 『육교나 지하보도는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보행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육교나 지하보도 대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가 불편을 공평히 나눠갖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하철역 노상 횡단보도는 영국 등 유럽의 교통선진국들에도 흔하다. 영국 런던의 경우 모든 지하철역 위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다. 보행자들이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에서도 유유자적하며 횡단보도를 오가는 모습은 문자 그대로 「보행자 천국」을 연상케 한다. 일찍이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을 추진해온 영국은 횡단보도 운용에 있어서도 철저히 「보행자 우선」이다. 미처 길을 다 건너지 못한 보행자들이 다음 신호를 기다리며 대기할 수 있는 안전지대인 「보행자 섬(Refusee Lsland)」을 편도 2차로 이상 도로에 예외 없이 설치한 것이 좋은 예.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차량이 보행자가 길을 건널 때까지 무조건 멈춰서야 하는 곳도 많다. 이같은 규정이 적용되는 구간의 차선은 얼룩말 무늬처럼 지그재그 모양으로 그려져 있어 이 횡단보도는 「제브라(얼룩말) 크로싱」으로 불린다. 일본이 교통선진국들의 정책과 제도를 따라 배우기 시작한 것은 70년대부터.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곧 연간 1만명을 웃돌자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과감한 시설투자에 나선 끝에 에스컬레이터를 역사(驛舍) 바깥으로 끌어내는가 하면 초현대식 육교를 세우기도 했다. 일본 도쿄 교외 미타카 전철역에는 지상 2층 높이의 역사 안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다. 혹한기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가동되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을 이용하기 힘든 여성 어린이 노약자 등을 위한 것. 노상에스컬레이터는 도쿄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세우기 시작, 현재 도쿄에만 60여군데 설치돼 있는 「보행자 갑판(Pedestrian Deck)」도 심혈을 기울인 보행자 전용 보행공간. 배의 갑판처럼 널찍하고 평평하게 생긴 보행자 갑판은 2,3층 높이의 전철역사에 곧바로 연결된다. 육교로 길을 건너려면 역사 계단을 내려와 다시 육교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보행자 갑판을 이용하면 역사에서 곧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설이다. 일본은 나아가 횡단보도를 설치하기엔 위험하고 지하보도를 파기도 어려운 곳에 수억원을 들여 튜브형 육교를 세울 예정이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결합, 보행자 수송을 완전자동화하는 이 최신식 육교는 3,4년 뒤면 선보일 전망이다. 〈도쿄·런던〓이철용기자〉 ▼대한손해보험협회 회원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해동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자동차보험취급보험사) ▼특별취재팀 △김기만(팀장·사회2부차장) △하준우(사회1부) △송상근(〃) △윤성훈(국제부) △천광암(경제부) △공종식(사회1부) △전창(편집부) △이철용(사회1부) △하태원(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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