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信시대… 「도청기 사냥꾼」 각광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40분


도청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도청장치를 색출하는 신종 전문직종이 생겨났다. 지난 5월 설립된 도청적발 전문업체인 한국정보누설관리가 고용하고 있는 卞鍾實(변종실·48)씨는 일본에서 정보누설관리사 자격을 딴 전문가.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도청이 횡행하자 「정보누설관리협회」가 조직돼 도청탐지 교육과정을 마련, 자격인정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도청적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무선전화기 정도 크기의 본체와 40㎝ 길이의 안테나가 전부. 단순해 보이지만 수입가격이 1천3백만원인 고가장비로 사무실이나 집안 구석구석 또는 전화선이 지나는 전봇대 등 어디서나 도청기를 찾아낸다. 이 장비의 원리는 도청기가 송출하는 전파를 낚아 채는 것. 최근에 개발된 초음파로 도청 내용을 송신하는 기계의 위치도 30분이면 알아낼 수 있다. 변씨에 따르면 그동안 전직 장관 등 고위층 인사의 집, 한국주재 외국대사관, 대기업 부설연구소 등에 대한 도청기 색출을 의뢰받아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는 것.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피땀흘려 연구한 결과가 곧바로 경쟁업체의 신상품 개발에 이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였다』며 사무실내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찾아봐 달라는 의뢰를 해온 적이 있다고 변씨는 전했다. 이밖에 지난 7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중 모당 선거사무실에서는 『선거전략을 세워 놓으면 바로 다음날 상대후보진영으로 빠져 나간다』며 대책을 묻기도 했다는 것. 도청기 색출작업은 주로 야간에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만약 내부 인사가 도청기를 설치했다면 작업 전에 제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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