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한항공기 추락사고 당시 아가냐공항의 「최저 안전고도 경보시스템」(MSAW)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사고기가 최악의 착륙환경에서 추락의 비운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기는 변화무쌍한 열대성 기후의 괌 상공에서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어둠 속을 가르며 하강했고 괌공항 지상의 활공각 지시기(GS)마저 고장나 성실하고 충분한 관제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미 합동조사단의 한국측 대표 咸大榮(함대영)건설교통부 국제항공협력관은 『괌공항 관제탑과 앤더슨공군기지의 접근관제소에 대한 조사 결과 관제시설과 인력수준이 크게 낙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GS 고장〓항공기가 최저 안전고도 이하로 비행할 경우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리는 MSAW가 고장난 것 외에도 아가냐공항의 GS가 한달 전부터 고장나 있었다. GS는 착륙을 앞둔 항공기에 3차원의 빔을 쏴 보내 활주로에 진입하는 비행기에 적정 고도와 착륙각도를 알려주는 장치.
MSAW가 고장났더라도 GS가 제기능을 수행했더라면 비행기가 사고 지점인 니미츠 힐로 들어서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 반대로 GS가 고장난 상태라도 MSAW가 작동했다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밝혔다.
▼관제사의 성실의무 위반〓관제사가 저고도 비행 사실을 조종사에게 구두로 경고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MSAW가 고장난 상태라도 관제탑의 레이더 모니터에 비행기의 위치가 표시되기 때문에 관제사가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지난 9일 일본항공(JAL)의 보잉 747 점보기가 낮 시간에 아가냐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잔디밭에 착지하는 순간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다급하게 재상승해 위기를 모면한 사건도 아가냐공항 관제의 문제점을 드러내주고 있다.
▼전방향 무선표지시설(VOR)의 특이한 위치〓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 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알려주는 장치로 통상 활주로 초입부분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괌공항은 VOR가 활주로 전방 3.3마일 지점의 야산에 위치에 있는 특이한 경우.
GS가 고장난 상태에서 VOR의 신호만 받고 있던 사고기가 다른 공항에 착륙할 때처럼 VOR가 위치한 니미츠 힐을 활주로 초입부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일단 배제키는 힘들다.
〈윤종구·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