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원인 밝힐수있나]『6개월내 실체규명』

  • 입력 1997년 8월 10일 20시 18분


유가족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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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대한항공기 블랙박스 해독(解讀)작업이 11일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추락사고의 원인이 빠른 시일 내에 명확히 드러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항공사고 원인이 밝혀진다고 말하고 있지만 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거나 미제(未濟)처리된 사건도 많다. 모든 항공사고의 원인을 푸는 열쇠처럼 여겨지는 블랙박스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7월 뉴욕 케네디 공항을 이륙한 직후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 승객과 승무원 2백28명 전원이 숨진 TWA기 공중폭발사고의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고의 원인을 테러로 단정했지만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NTSB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NTSB는 블랙박스에서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실내기압이 낮아지고 고도가 급강하했다는 것을 알아냈을 뿐이다. NTSB는 마지막 수단으로 폭발로 인한 기체변형 모습을 조사하기 위해 잔해를 수거, 98% 정도 기체를 복구중이다. 지난 94년 호주의 라우다기가 알프스산맥에 추락해 2백20명이 숨진 사고는 원인불명으로 처리됐다. 영국에서는 경비행기 추락사고 조사에 50년이 걸리기도 했다. 은퇴한 조사관이 뒤늦게 밝힌 원인은 부품을 연결하는 볼트의 강도가 낮았다는 점.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대한항공기 사고의 경우 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기의 잔해가 사고지점 4백m 반경 내에서 대부분 발견돼 충돌위치 등이 정확히 드러나고 생존자의 증언을 들을 수 있으며 블랙박스의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6개월 안에 조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원인은 기체 기상 조종 관제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복합적인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교통안전공단 姜鉉哲(강현철)교수는 『NTSB의 조사는 광범위해 통상 한 사고에서 여러가지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면서 『여러 원인중 그 비중이 다를뿐』이라고 말했다. NTSB는 실제 지난 90년 12월 미국 디트로이트공항 활주로에서 노스웨스트항공의 B727기와 DC9기가 부딪쳐 8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한 사건에서 △조종사의 업무협조 미흡 △조종사가 활주중단 불가상태를 지상관제소에 미통보 △불성실한 관제서비스 △부적절한 공항표지판 등 미연방항공청의 과오를 복합적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NTSB의 조사결과가 편파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고지점에서 통상적으로 2, 3개월 뒤에 열리는 청문회에 모든 관계자가 참석해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NTSB는 블랙박스의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블랙박스를 조사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NTSB는 조사결과에 대한 소송에서 블랙박스 제출요구를 두차례 받은 적이 있으나 한차례는 거부하고 한차례는 비공개재판에서 제출했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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