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조지 블랙 현지조사 책임자는 9일 『아직까지 사고원인을 단정지을 만큼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날 사고원인이 관제사 또는 조종사의 과실에 있음을 암시했던 입장에서 후퇴했다.
조지 블랙은 전날 가진 첫 공식 내외신기자회견에서 『잠정 조사결과 기체결함이 없고 사고직전까지 항공기로부터 「긴급상황」이라는 교신이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
그는 이날 오후 괌 파크호텔에서 2차 내외신기자회견을 갖고 『NTSB는 아직까지 어떤 예비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며 『언론이 인재 가능성으로 보도한 것은 1차기자회견에서 내 말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밝혀 기체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조지 블랙의 이같은 수정 발언은 이날 한국정부 대표자격으로 괌을 방문한 李桓均(이환균)건설교통부 장관의 강력한 항의 때문인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장관이 『한미 양국이 블랙박스 해독작업이 끝나기 전까지는 사고원인과 관련한 어떠한 단서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교환해 놓고 미국측이 미국 언론에 흘려 각서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항의하자 전날 발언을 번복했다는 것.
이에 앞서 이장관은 한국 기자들과 회견을 갖고 『8일 기자회견에서 착오가 일어난 것 같다』며 『한미 합동조사반은 현재 사고원인과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장관은 『사고기의 블랙박스 해독작업은 10일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해독작업에는 한국측에서도 블랙박스 해독전문가 2명과 건교부 관계자 1명 등 3명이 참여키로 합의, 오늘 워싱턴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괌주둔 미해군 사령관이 9일 현재 수습한 시신 중 식별 가능한 시신은 모두 68구라고 밝혔다』면서 『괌지사와 해군 사령관에게서 시신의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한국으로 송환시키겠다는 약속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시신 수습작업과 관련, 이장관은 『앞으로 2,3일간 더 진행될 것이며 현재 10개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는 사고조사반 중 6개팀에 한국측 관계자들이 한명씩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괌〓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