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사의 안전규정 위반사례는 개별 사안들만으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점검작업에 참여한 건설교통부 직원들이 『지적사례가 곧바로 사고와 직결될만큼 위험한 수준은 아니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 사소한 점이라도 관련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사고는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등 항공 종사자가 가장 기본적인 안전규정을 어기면서 일어나는게 대부분이다. 특히 기상악화나 관제장비 고장 등 비상사태때는 사소한 실수나 결함이 곧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 보고서 부실작성 ▼
점검결과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는 기장보고서와 항공일지를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중요 내용을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 보고서는 항공기 운항 중 발생한 사항을 모두 기록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정확하고 자세해야 사후점검과 대책마련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항공기 운항 중 엔진이상이 발생한 사실을 정리해 두지 않으면 정비팀이 이를 모르고 지나치거나 작업을 소홀히 할 우려가 있다.
항공일지는 기체에 언제, 어떤 결함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고쳤는지 알려준다. 환자의 병력(病歷)과 상태를 담는 진료기록과 같다. 그러나 항공일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으면 기체점검에 필요한 기본적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 승무원 휴식부족 ▼
항공법은 조종사가 8시간을 근무하면 반드시 24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피로를 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를 대상으로 한 정기교육훈련을 휴일 및 휴식시간에 실시했다. 사실상 근무시간을 연장한 셈이다.
조종사의 건강은 안전운항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95년 조종사 2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0명중 6명이 인적(人的)부문의 취약요소 1순위로 「피로 등 승무원의 건강」을 꼽았다.
운항횟수가 늘어난 것도 승무원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 호주 뉴질랜드 노선의 경우 운항편수가 적을때는 4,5일 이상 쉴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2,3일 정도 쉬고나서 다시 근무를 해야 한다.
▼ 고령 조종사 관리소홀 ▼
비행기가 제작된지 20년이 지났거나 이착륙 횟수 또는 운항시간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노후항공기로 분류하고 있다. 사고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연히 운항시간을 줄이고 정기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조종사도 마찬가지다. 각국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60세가 넘은 조종사는 체력과 판단력 저하를 우려, 운항노선과 근무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아예 근무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고령 조종사를 국제노선에 투입하기전에 항공사가 반드시 착륙예정국이나 영공통과국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고령 조종사 22명중 18명을 사전허가없이 국제노선에 투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들을 활용하기 전에 항공의학 전문가가 참여, 신체검사를 하고 자격을 심의토록 하는 규정을 어겼다.
국내 항공사의 안전불감증이 「상습중증」이라는 것은 해마다 실시하는 안전점검에서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다는데 있다. 지난 94년과 95년에도 대한항공(항공기 1백15대 보유)과 아시아나항공(49대 운항)은 각각 87건과 34건의 위반사례가 나타나 과징금과 함께 시정지시를 받았다.
〈송상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