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대형사고 벌써 몇번짼가?

  • 입력 1997년 8월 7일 19시 58분


항공 철도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를 국민에게 약속하고 그럴듯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항상 말 뿐이다. 이때문에 귀중한 인명피해가 중단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3년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서해훼리호 침몰 △구포역 열차전복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자 육해공을 망라하는 사고조사 전담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1년 뒤에는 제주공항에서의 대한항공기 불시착 사고를 계기로 국회가 대형사고 조사를 담당하는 독립기구를 설치하도록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지금까지도 계속 「추진중」이다. 사고당시에는 금방 설치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산이 없다」 「시급하지 않다」 「정부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 흐지부지한 것. 정부가 대형사고 조사기구 설치를 처음 거론한 것은 옛 소련시절 무르만스크에 대한항공기가 불시착한 지난 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논의는 2년뒤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기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본격화했으나 역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결국 20년을 논의만 하다 허송세월한 셈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한국은 95년 기준으로 여객수송 세계11위, 화물수송 세계6위이며 김포공항의 여객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항공시장은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부 스스로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어 사고예방대책은 아직도 「전형적인 후진국」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25개 선진국은 독립된 사고조사위원회가 항공사고를 담당하며 홍콩 태국 등 21개국은 교통부에 사고조사국을 별도로 설치했다. 한국은 건설교통부 항공기술과가 한시적으로 조사팀(4명)을 운영할 뿐이다.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데만 치중하는 관행도 문제. 한국항공대 金七永(김칠영)교수는 『전문가로 구성한 항공조사기구를 빨리 설치하고 형사처벌보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비슷한 유형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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