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사고현장]동강난 기체…뒤엉킨 시신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6일 낮 괌의 날씨는 지난 새벽의 처참한 항공기 추락 사고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얄미울 정도로 쾌청했다. 그러나 사고현장인 니미츠힐 계곡 일대는 동강난 기체 잔해가 사방 수 마일 밖까지 퍼져 있었고 잔해 사이로 시체들이 뒤엉켜 있어 사고 순간의 참혹함에 전율을 느끼게 했다. 사고 순간 튕겨나와 비행기 꼭대기에 떨어진 시체도 눈에 띄었다. 기체 중간과 꼬리부분은 비교적 불에 타지 않아 대한항공의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보였지만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녹아버렸다. 5일 오후 8시54분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300B는 승객 2백31명 승무원 23명 등 2백54명을 태우고 예정보다 47분 늦게 김포공항의 활주로를 박차고 컴컴한 하늘로 치솟았다. 가족 친지들과 괌으로 관광휴가를 가는 중이던 승객들은 4시간의 비행피로도 잊고 잠시 후면 이국정취가 물씬나는 쪽빛 바다에서 멋진 휴가를 보낸다는 설렘에 부풀어 있었다. 비행기는 6일 0시50분경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괌 수도 아가냐의 원팻국제공항 상공에 도착했고 『착륙예정이니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에 따라 승객들은 좌석에 앉아 착륙을 기다렸다. 0시55분경 고도를 낮춘 항공기가 랜딩기어를 내리고 공항 남쪽 5㎞ 밀림상공에 접근하는 순간 기체가 흔들리면서 야산 밀림중턱에 기체 중간 밑부분이 부딪히면서 두 동강이 났다. 앞부분은 1㎞를 더 날아가 니미츠힐 계곡에 곤두박질쳤다. 기체는 곧 불길에 휩싸였다. 조종사로부터 『무엇인가 잘못됐다(Something Wrong)』는 교신을 끝으로 통신이 두절됐다. 사고 후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피투성이의 중상자들이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애타는 목소리와 신음소리로 아비규환이었다고 한 대원은 전했다. 사고현장이 도로에서 1백m이상 떨어진데다 키보다 큰 풀과 나무가 우거진 밀림이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어서 발이 푹푹 빠지는 바람에 구조대원들은 작업에 애를 먹었다. 섭씨 31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에 기체잔해와 시체가 타면서 사고 15시간이 지난 6일 오후 4시에도 매캐한 연기와 악취가 뒤범벅이 돼 수시로 심호흡을 해야 했다. CH45 등 미군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사망자와 부상자를 분주히 실어날랐다. 동체가 처박힌 지점은 야산계곡으로 비탈길이어서 임시로 설치해놓은 밧줄을 붙잡고 간신히 내려갈 정도로 험난한 지형이기 때문에 구조활동은 군작전이나 다름없었다. 〈현지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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