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기적 생존」 홍현성씨 『지옥이었다』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아가냐공항 부근에 추락한 대한항공기에서 가슴에 가벼운 타박상만을 입은 채 기적적으로 생환, 6일 미 해군병원에 입원중인 홍현성씨(35·미국국적·사업)는 악몽같았던 사고순간을 회상하면서 몸서리쳤다.

홍씨는 『비행기 착륙 3,4분 전 동체가 심하게 흔들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착륙지점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데도 랜딩기어가 내려져 너무 일찍 내린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비행기가 큰 충격없이 미끄러져 내려가 활주로에 착륙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비행기 창문으로 심하게 요동치는 나뭇가지들을 보는 순간 사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며 『사고비행기의 랜딩기어가 산중턱에 걸리면서 기체가 앞으로 고꾸라졌고 이어 굉음과 함께 계곡에 처박혔으며 그 순간 비행기의 중간부분이 끊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라 승무원들이 안내방송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때마침 좌석(앞쪽 세번째줄) 바로 위에 있는 비행기 동체부분이 부러져 있어 필사적으로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때 젊은 여자 한명이 발목을 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시간을 끌면 비행기가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혼자 갈 수 없었다. 그 여자와 함께 비행기에서 빠져 나왔으나 여자의 옷에 불이 붙어 불붙은 부분을 찢어낸 뒤 내 옷을 벗어 입혔다』고 말했다.

〈현지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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