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괌교민들,새벽부터 몰려와 헌신적 봉사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괌 주둔 미군의 신속한 구조활동에 이은 한국교민의 헌신적인 구조 및 구호활동이 「한미 공조」를 이뤄 대한항공 801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32명의 귀중한 생명을 살려냈다. 미군은 6일 새벽 사고가 나자마자 연안경비대와 공병대 등 괌에 주둔하고 있는 해 공군 병력을 즉각 투입했다. 미 해군의 CH46 헬기 2대가 현장에 도착, 상공을 돌며 불빛을 비추는 가운데 엔더슨 공군기지에서 군요원 1백여명이 투입돼 어둠속에서 손전등을 들고 사망자 수색과 부상자 구조작업을 벌였다. 미군은 현장에서 생존자가 구조될 때마다 헬기로 해군병원과 민간병원인 괌 메모리얼병원으로 후송했다. 구티에레스 괌 지사는 현장 부근에 야전병원을 세우도록 조치하고 2백여명의 구조대원과 함께 직접 구조작업을 도왔으며 날이 새면서 민간 구조대원과 의료진 등 2백여명을 추가로 투입돼 생존자들을 구해냈다. 미군은 사고현장이 밀림지역으로 도로를 통한 접근이 어렵자 길을 넓히기 위해 미 공병대와 미 해군 건설부대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군의 구조활동 못지않게 교포의사 간호사 학생 등 현지 교민과 괌에 진출한 국내업체 직원들의 구호활동이 줄을 이었다.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거주지인 하와이에서 괌에 왔던 유학생 이진욱씨(30)는 『새벽 4시반경 사고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가 한국인중 유일하게 구조작업에 투입됐다』며 『미군과 함께 비행기 앞좌석에 있던 생존자 3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개업의사인 宋宗恩(송종은·63)씨와 김모씨 등 교포의사 10여명은 자신의 개인병원을 비워둔 채 메모리얼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하루종일 끼니도 거른 채 부상자를 치료하며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다. 괌 한인회는 부상자를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 全聖浩(전성호·37·건축업)씨 등 교민 80여명이 집단으로 헌혈에 나섰으나 헌혈 대기자가 너무 많아 병원측이 오히려 사양하고 있는 상태. 사고지원본부에는 교민들이 보낸 생수 음료수 빵 등 1백여상자가 속속 도착, 사고현장과 병원 등으로 보내졌으며 한인회에는 부상자를 위한 성금이 잇따랐다. 한편 이곳에 진출한 30여개 여행사 소속 관광가이드와 학생 회사원 등 교민 1백여명이 부상자의 수송과 치료를 위한 통역에 나섰으며 일부는 사망자의 신원확인작업을 돕고 구조활동 진행상황을 유가족들에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업체중 유일하게 괌에 진출한 쌍용건설은 사고 직후 직원 22명을 총동원, 헌혈하는 한편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사고현장에 지원했다. 한국 교민들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선 셀레나 알베레즈(회사원·여)는 『대한항공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에 만사를 제쳐놓고 몰려오는 한국인들을 보고 한국인의 뜨거운 동포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괌〓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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