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오염실태]평소에도 『눈-목 따끔』 호소 많아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인천의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태에 들어간지 이미 오래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4월중 전국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조사한 결과 인천의 총 먼지오염도는 ㎥당 1백5㎍(마이크로그램·1백만분의 1g)으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천에는 서울에 이어 오존주의보가 잇따라 발령되고 있다. 인천시는 올들어 지난 15일 첫 오존주의보를 발령, 올여름 오존에 대한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인천 서구 석남동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崔承寬(최승관·52)씨는 지난해 6월 하루도 빠짐없이 찾았던 인근 철마산 등산을 포기했다. 공장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배출되고 자동차 매연으로 산 자락의 공기뿐만 아니라 정상의 공기마저 나빠져 등산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최씨는 지난해 6월10일 철마산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등산을 끝낸 뒤 등산동호인 20여명과 함께 「인천 서구 환경보존회」(회장 全定浩·전정호·53)를 만들었다. 회원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서구 일대 공장 1천5백여 곳에서 밤낮으로 뿜어내는 매연 때문에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의사 약사 회사원 등으로 구성된 이 환경보존회는 야간에 2개 순찰조를 편성, 서구지역 공해업소를 돌며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업소를 적발해 인천지방환경청과 언론에 고발하고 있다. 최씨는 『병원을 찾은 산모들도 목이 아프고 눈이 시리다는 호흡기질환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에는 △남동공단 △한국수출산업 4,5,6공단 △인천지방공단 △인천기계공단 △경서주물공단 △강화하점공단 등 무려 7개 공단(1천1백65개 업체)이 가동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장들이 외곽지역이 아닌 도심에 위치, 공장 굴뚝을 통해 배출된 오염물질이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여기에다 서구 경서동의 쓰레기매립장에서 날아오는 악취로 경서동 검암동 일대 주민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또 주민 20만명이 아파트에 밀집해 있는 연수신시가지 부근에는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승기하수처리장이 있어 주민들은 악취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도 못하는 고통을 참아내고 있다. 상습체증이 빚어지는 경인고속도로는 도심을 관통하고 있어 이 일대 주민들이 소음과 매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인천지역에는 대기오염이 주원인인 호흡기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인천 중앙길병원 이비인후과 車興億(차흥억·37)과장은 『하루 평균 2백여명의 환자중 50명이 호흡기계통 질환자이며 이중 30여명은 어린이』라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인천시는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하며 영흥도 화력발전소 등 오염배출업체를 인천으로 더 이상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천〓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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