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협의회(WCC)의 아시아국장인 朴庚緖(박경서)박사가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1주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3일 오후 일시 귀국했다. WCC관계자 6명으로 구성된 수해 및 구호대책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과 신의주를 돌아본 박박사를 통해 북한의 최근 식량난 등을 알아본다.》
7개월여만에 다시 찾은 북한은 사정이 훨씬 심각해졌다는 느낌이다. 숙소인 평양호텔과 신의주의 압록강호텔은 숙박 수용인원이 각각 3백∼4백명이다.
북한에서는 상당히 규모가 큰 호텔에 속하는데도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호텔방의 물도 오전 오후에 1시간씩만 나올 정도로 급수난이 심각했다.
식량난도 마찬가지. 지난해 10월만 해도 옥수수 가루를 성인 1인당 2백50g씩 배급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1백g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인지 대부분의 주민들이 실제 나이보다 10∼15세 더 늙어보였다.
무엇보다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떼지어 다니는 어린이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띈 것이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른 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신의주를 찾았다. 중국과 인접한 지역이라 사정이 조금 낫겠지 하는 기대를 하고 무작정 집을 나선 것이다.
신의주 인구는 33만여명인데 먹을 것을 찾아 집을 떠난 어린이 5만∼6만명이 이곳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북한 관리들은 이들 가출 어린이들의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식량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의료문제였다.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치료기구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신의주에 있는 동안 계속 비가 내렸다. 2주전에도 많은 비가 왔는데 모내기 총동원령이 내려져 있었다. 군인 공무원은 물론 외교관까지도 업무를 중단하고 모내기에 나섰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수해였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지난 95, 96년의 수해피해 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올해 또 수해를 입을까봐 걱정이었다. 어느 주민은 『만약 하늘이 있다면 올해만은 제발 홍수가 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먹을 것을 구하려고 조용히 돌아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신의주는 도시 전체가 어두워보였다. 그러나 사회질서는 유지되고 있었고 굶주림을 못이겨 시위나 소요를 일으킬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정리〓송상근·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