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 먹칠한 김기섭씨

  • 입력 1997년 5월 18일 20시 16분


金賢哲(김현철)씨에 이어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운영차장도 구속되는 모양이다. 검찰은 그가 서초케이블TV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1억5천만원을 챙긴 사실을 밝혀냈다. 95년이후 현철씨 비자금을 총괄관리한 김씨는 안기부정보를 현철씨에게 빼내주고 함께 국정에 개입한 혐의도 받았지만 검찰은 증거를 못찾아 우선 돈문제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일단 그것만으로도 김씨가 단죄돼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안기부의 사실상 2인자였던 사람이 대통령의 아들을 끼고 앉아 검은 돈을 주무르고 떡고물도 챙긴 것은 수십만 공직자의 얼굴에 먹칠을 한 행위이다. 이른바 小山(소산)3인방중 朴泰重(박태중) 李晟豪(이성호)씨와는 달리 막중한 공직(公職)에 있으면서 직위를 이용한 부정비리에 나섰으니 누구보다 엄히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는 한보청문회에서 위증도 서슴지 않았다. 돈문제만은 깨끗하고 스스로 청빈하다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음이 확인 됐다. 현철씨가 용서받기 어려운 온갖 비리를 저지른 것도 따지고 보면 김씨처럼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 가능했다. 손윗사람으로 비뚜로 나가는 현철씨를 바로잡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며 개인욕심을 차린 것은 파렴치하다. 김씨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검찰이 그의 국가정보 유출혐의를 아직 분명히 밝히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대통령외에는 알기 힘든 안기부 정보를 현철씨가 김씨를 통해 빼내고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의 진위를 검찰은 분명히 가려내야 한다. 세간에는 안기부측이 기밀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날까 두려워 검찰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구심마저 있다. 사실이라면 검찰의 위상은 또 흔들리게 된다. 현철씨 구속으로 「앞만 보고 수사해왔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무색해진다. 검찰은 김씨의 정보유출과 국정개입에 대해 철저한 보강수사를 벌여 사실로 드러나면 혐의를 추가적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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