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어이없는 주차시비

  • 입력 1997년 5월 16일 20시 24분


『혹시 주차장에 세워 놓은 엑셀승용차 주인 있으면 차 좀 빼 주세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J빌딩 뒤편 주차장. 차 주인을 찾기 위해 빌딩 지하에서 4층까지 각층 사무실과 인근 상가를 2시간 넘게 헤매고 다닌 이모씨(27·회사원)는 자신의 승용차 옆에 나란히 주차해 있는 엑셀승용차를 바라보며 분을 참지 못했다. 『약속많은 금요일 퇴근시간에 차 열쇠도 안 꽂아 놓고 연락처도 안남겨놓으면 다른 차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 차를 앞 뒤로 움직일 수는 있었으나 좁은 주차장 구조상 차를 주차장 밖으로 완전히 빼기 전에는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퇴근한 지 두시간 반이 지난 밤 9시경이 돼서야 전화연락을 받고 회사로 되돌아온 옆 사무실 직원이 이씨의 승용차 뒤에 세워 놓았던 차를 움직여줘 이씨는 간신히 주차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의 약속은 이미 깨진 상태. 화가 치민 이씨는 『혼 좀 나봐라』하는 심정으로 「맥가이버칼」로 엑셀승용차의 바퀴 네개에 모두 구멍을 냈다. 그러나 잠시후 『내가 너무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장안동 중고차시장에서 6만원을 주고 바퀴 네 개를 샀다. 『물론 잘못은 엑셀승용차 주인이 먼저 했지만 나도 심했으니 사과는 해야지』 다음날 아침 이씨를 찾아온 승용차주인 이모씨(53·여)는 『나는 분명히 메모를 남겼다. 당신이 내 차를 앞뒤로 옮기면서 내가 쓴 메모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것』이라며 이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씨는 결국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입건됐고 16일 현재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찰서에 불려와야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의 한 형사는 『주차가 잘못돼 있으면 경찰서나 구청에 신고를 해야지 남의 차를 훼손하는 것은 범법행위』라며 『잘못된 자동차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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