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씨 만남」김현철-박경식씨 누가 거짓말하나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1995년 2월27일 오후1시반경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647호」. G남성클리닉원장 朴慶植(박경식·44)씨는 지난 21일 국회청문회에서 『그날 그곳에서 김현철(김현철)씨와 김기섭(김기섭)전 안기부운영차장 및 낯선 남자(오정소씨)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김 전안기부운영차장에 이어 25일 청문회에서 현철씨도 박씨의 증언을 전면 부인했다. 현철씨의 말이 맞다면 박씨는 벌건 대낮에 혼자 일급호텔에 앉아 「이상한」 꿈을 꾼 셈이다. 그러나 문제의 647호는 당시 박씨같은 민간인이 임의로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안기부가 「블록(장기임대계약)」으로 설정, 안가로 사용했고 객실열쇠도 안기부직원이 가지고 있어 호텔직원들조차 누가 투숙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박씨는 방의 구조를 정확히 그려낼 뿐 만 아니라 현철씨 일행에게 음식 접대를 하던 손모양도「영부인과 성이 같아」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본사취재진이 지난 24일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일하는 「문제의」 손양을 찾자 호텔측은 『병가를 얻어 집에서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자정경 서울 서대문구 자신의 집으로 귀가하던 손양은 기자와 만나 『출장을 다녀왔다. 김기섭씨는 잘 알지만 현철씨나 박씨는 전혀 모른다. 중식당에 일했던 선배 중에 「미스 손」이 몇 명 더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에 확인한 결과 손양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5년동안 또다른 「미스 손」은 단 한 명도 근무한 적이 없었다. 하루 일정은 물론 전화 건 사람까지도 꼼꼼히 메모하는 박씨의 성격을 잘 아는 그의 주변사람들은 『박씨가 직접 보지 않은 것을 그렇게 자세히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는 힘있는 자들의 「이지메(집단괴롭힘)」』라고 말했다. 박씨는 25일 오후 자신의 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철씨가 신라호텔에서 자신을 만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데 대해 『개인적으로 현철씨가 불행해지는 것을 원치 않지만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부형권·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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