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3大핵심의혹 중간점검]권력핵심 조심스레 겨냥

  • 입력 1997년 4월 2일 19시 52분


《한보 특혜대출비리사건과 金賢哲(김현철)씨의 각종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한보 특혜대출의 배후와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정관계 로비 및 대선자금제공, 현철씨의 이권개입과 2천억원 리베이트수수설 등 숱한 의혹에 대해 검찰은 광범위하게 수사중이다. 현재까지의 수사내용과 향후 전망을 정리한다.》 ▼ 비자금-大選자금 ▼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정관계 로비와 지난 92년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로서는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여야정치인 수사는 대선자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 한보사건 1차 수사에서 이미 정총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의 명단을 일부 확보한 만큼 보강수사를 통해 정치권 로비를 추가로 밝히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에 대한 처리가 1차 수사 때처럼 정치적 이유로 흐지부지될지 아니면 법대로 형사처벌까지 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검찰 관계자는 『돈을 받은 정치인을 처벌하라는 여론이 만만찮은데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또한번 죽는다는 검찰내부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정공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지난 9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보철강단지를 조성하면서 2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정관계 등에 로비자금으로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단 조사는 한다는 입장이다. 로비자금 2천억원은 회사자금을 현금으로 빼내 정총회장에게 갖다 준 한보그룹 22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기억을 토대로 추정한 액수다. 검찰은 특히 정총회장이 1억,3억,5억 또는 10억원씩 모두 현금으로 인출, 이를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는 한보 임직원들의 진술에 따라 현금으로 인출한 전표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정관계 등에 뿌린 로비자금 가운데 특히 지난해 4.11총선 직전 현금으로 인출한 33억원과 부도직전 뿌린 수십억원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조사에서 정총회장이 평소에 꾸준히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을 전달하며 관리해온 각계인사의 명단이 밝혀질지도 관심거리다. 정총회장이 당초 태도를 바꿔 「자물통」입을 열기 시작하면 정관계에는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의 공식입장은 정총회장이 돈을 준 정관계인사가 누구인지, 돈의 액수는 얼마인지 드러난 게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현직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감히 수사할 수 있겠느냐』며 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야당의원과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가 정총회장의 대선자금제공을 주장하고 국정조사에서도 대선자금이 바로 한보사건의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공식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은 김대통령 스스로 공개하든지 아니면 다음정권에서 파헤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수사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보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관련자의 증언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돌출될 경우 김대통령은 물론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총재의 대선자금도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소 진전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기대·공종식기자〉 ▼ 김현철씨 비리 ▼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은 국정 및 인사개입의혹과 이권개입을 통한 금품수수의혹으로 나뉜다. 검찰은 국정개입 부분보다는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는데 수사를 집중해왔다. 이는 국정개입 부분은 사실로 밝혀져도 현철씨의 신분이 사인(私人)인 만큼 형사처벌이 쉽지 않은데 비해 금품수수는 현실적으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철씨의 금품수수 부분에 대한 수사는 그의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검찰은 현철씨가 돈을 챙겼다면 박씨를 통해서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에 대한 수사는 현재 상당히 「진도」가 나간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일 『현철씨 부분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박태중씨의 제2금융권 2백50억원 비계좌 발견」 보도. MBC는 지난달 31일 오후 9시 뉴스를 통해 『2백50억원이 들어있는 박씨의 종합금융회사 비계좌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담당검사는 바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 고위관계자는 2일 입장을 바꿔 『그런 비계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입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볼 때 검찰은 아직 박씨와 현철씨 비자금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목표물」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이 「현철씨의 한보철강 리베이트 2천억원 수수설」이다. 검찰은 그동안 한보철강과 국내중개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제철설비 도입과정을 집중조사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검찰은 리베이트 수수설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의식해 조사대상을 외국설비판매회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철씨에 대한 수사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지지부진해보이지만 상당히 밀도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형사처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철씨의 비중에 걸맞은 혐의를 찾아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수형·조원표기자〉 ▼ 특혜대출 배후 ▼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지 2주일이 지났지만 이 사건의 「배후」는 아직 수면위로 몸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현재 검찰의 수사가 금융기관의 대출경위와 시중은행장들의 업무상 배임혐의 적용여부에 집중돼 있어 배후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1차 조사결과 발표 당시 배후 또는 몸체로 결론지은 사람은 洪仁吉(홍인길)전청와대 총무수석이었다. 검찰이 재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밝혀낸 사실은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 경제수석이 8천여억원을 대출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에서 대출된 3조1천여억원중 8천여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2조3천억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출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 사건의 몸체로 지목받은 사람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 검찰은 현철씨가 과연 이 사건의 몸체인지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한보철강이 독일 SMS사로부터 열연설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현철씨가 측근인 심우 대표 朴泰重(박태중)씨를 통해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박씨의 재산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아직까지 현철씨와 한보그룹의 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이와 관련, 검찰주변에서는 『현철씨가 이 사건의 몸체가 아닐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권력핵심을 겨냥하고 있다. 이 사건의 몸체는 현철씨가 아니라 지난 92년 대선자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이번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된 정관계 인사와 은행장 등 구속기소자 8명의 진술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초기에 한보측이 충분한 담보를 갖고 있었음은 사실이지만 대출금이 수천억원씩 계속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수억원에 불과한 대출사례금 때문이 아니라 당시 정관계의 분위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92년 대선자금이 이 사건의 몸체라는 의혹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쉽게 건드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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