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경찰, 수사 의문점 제시

  • 입력 1997년 2월 22일 19시 52분


21일 이한영씨 피격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녹화된 은행 폐쇄회로 TV화면을 입수한 경찰은 일단 수사에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폐쇄회로 TV에 나타난 용의자를 면밀히 분석한 경찰은 또다시 여러갈래의 의문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저격당한 이씨의 주소까지 알고 있는 범인들이 왜 굳이 심부름센터에 전화번호추적을 의뢰했을까 하는 것. 범행 오래전부터 이씨에 대해 조사해온 범인들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다가 안되자 심부름센터에 의뢰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꾸준히 범행을 준비해오던 범인들이 갑자기 무슨 사정이 생겨 이를 서두른 흔적이 보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두번째로 「화면속의 남자도 제삼의 인물로부터 의뢰를 받은 심부름꾼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이 남자가 심부름센터에 일을 맡기면서 수수료를 깎으려 했고 이씨의 주민등록번호까지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집주인인 김장현씨의 이름을 「김상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이 뒷받침하고 있다. 한 대공수사관은 이 용의자가 간첩임을 전제, 『자신의 행적을 쉽게 드러낸 것으로 볼 때 고정간첩보다는 남파간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용의자를 쫓던 안기부가 갑자기 경찰에 수사를 넘겨준 배경도 석연치 않다. 안기부가 이 제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 17일. 안기부는 당일 오후 이미 은행 폐쇄회로 TV장면을 입수하는 등 21일까지 만 4일동안 집중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용의자 추적에는 실패했다. 그러자 뒤늦게 경찰에 이를 알리고 공조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경찰간부들은 『이미 안기부가 다른 것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알맹이」 없는 제보를 던져준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공개되고 나서 만 하루가 지났지만 별다른 제보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한 경찰간부는 『일단 열심히 뛰어보겠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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