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수사과정 뒷얘기]은행장 압력…협박까지

  • 입력 1997년 2월 13일 20시 34분


[김정훈 기자]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은 은행장들을 상대로 협박까지 해가면서 자금대출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총회장은 한편으로는 권력실세들을 동원해 은행장들에게 압력을 넣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출커미션을 받아 발목이 잡힌 은행장들을 협박해 대출을 받아내는 수법을 구사했다.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었느냐』는 수사검사의 질문에 정총회장은 『말 잘 듣는 은행장은 돈을 좀 먹인 뒤 가볍게 얘기하고 말 안듣는 은행장은 높은 사람 동원해 혼내니까 (대출이)되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출을 받기 위해 로비를 한 인사가 더 있지 않느냐』는 추궁에는 『은행대출을 받는데 뭣하러 여러 사람을 동원하느냐. 힘있는 몇 사람만 잘 활용하면 된다』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라는 것. 그는 『여러 사람을 동원해봤자 괜히 돈만 많이 든다』고 덧붙여 수사관계자들의 혀를 차게 했다. 실력자들을 동원해 압력을 넣은 수법은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에게 주로 사용됐다. 김산은총재가 시설자금대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정총회장은 黃秉泰(황병태)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의원 등을 총동원해 압력을 넣어 대출을 받아낸 것. 정총회장이 은행장을 협박한 사례는 구속된 은행장들의 진술에 그대로 나타났다. 한 검찰관계자는 정총회장이 부도직전에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禹찬목조흥은행장을 찾아가 자금대출을 요구하며 『만약 부도가 나면 당신들도 구속될 수밖에 없다』며 윽박질렀다고 전했다. 두 행장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정총회장이 찾아왔기에 처음에는 새해인사차 온 줄 알았는데 대뜸 「산업은행에서 돈을 안 빌려주는데 사정이 너무 급하다.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정총회장은 행장들이 그래도 거절하자 『내가 구속되는 날이 바로 당신이 구속되는 날인 줄 알라』고 협박했고 행장들은 『구속되는 일이 있더라도 더 이상 대출해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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