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廷輔기자]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사라진 조카딸 3명을 찾아라」.
한보특혜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중수부는 정총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관리에 핵심적인 실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정총회장의 조카딸 鄭粉順(정분순·29) 선희씨(25) 자매와 또다른 조카딸 千恩周(천은주·31)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이들을 추적중이다.
이들이 평소 정총회장의 신임아래 중요자금의 은행출납업무를 도맡아 온 만큼 정총회장의 비자금 총규모와 조성경위, 사용처 등을 상당부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분순씨는 부산 모여상을 졸업한 뒤 87년 ㈜한보에 입사, 비서실에 근무하며 金鍾國(김종국)한보그룹 전재정본부장과 함께 정총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인출 지시를 실무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분순씨는 지난해 6월 정모씨(32)와 결혼한 뒤 회사를 그만두었다.
분순씨의 동생 선희씨도 92년부터 재정본부 출납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로비대상자를 직위에 따라 분류하고 정-관-금융계의 고위인사들과 정총회장의 전화연락을 맡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91년 수서택지특혜분양사건 당시 정총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천씨도 수일째 행방을 감춘 상태.
이미 오래전 결혼해 회사를 그만둔 천씨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달 29일. 정총회장이 입원해있던 경희의료원 병실에서 천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가 발견됐고 확인결과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천씨는 수서사건 당시에도 비자금을 관리한 핵심인물로 검찰의 추적을 받았으나 말레이시아로 출국한 뒤 잠적했었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비자금 실체파악에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 해외로 달아난 재정본부 金大成(김대성)상무 徐聖河(서성하)부장 등과 함께 행방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