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에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대출해 준 경위와 관련, 출국이 금지된 전현직 은행장 8명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개인적인 금품수수에서부터 외압의 실체규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현재까지 이들은 한결같이 외압이 없었으며 순전히 자체적인 판단으로 적법하게 한보에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검찰의 수사방향을 정리한다.
▼朴基鎭(박기진)전제일은행장〓박전행장 재임중에는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실적이 없다. 다만 재임기간중 한보철강의 사업추진 계획이 이뤄졌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대한 참고인으로서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이전행장은 재임기간 중 한보철강에 8천5백28억원을 대출하는 등 한보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주도했다. 검찰은 이전행장이 94년 한보철강의 사업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한국신용정보의 평가서를 무시한 채 93년 2백47억원에 불과하던 순여신을 94년엔 5천2백45억원으로 늘린 것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또 95년 6월 제일은행은 자산규모 4천5백억원짜리 유원건설 인수문제를 막판까지 대성산업그룹과 협의하다 갑자기 한보를 인수자로 선정하고 거액의 인수자금까지 대준 경위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신행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뒤 짧은 기간에 2천2백55억원을 대출한 경위에 대해 집중조사받을 전망이다. 신행장은 지난해 9월 한국신용정보가 한보철강의 사업전망이 재무구조, 기술적 측면, 철강수요에 비춰볼 때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산업조흥 외환은행과 함께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차례에 걸쳐 5천2백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이전총재는 한보에 대한 초기 금융지원을 주도했다. 이전총재는 94년말 한보철강 2단계 공사와 관련, 제일은행 등 3개 시중은행과 함께 12억달러에 달하는 외화 시설자금의 한보지원을 분담지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94년 중반 외화대출에 산은이 나선다는 점 때문에 아무 걱정없이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어 이 과정에서 외압여부와 대출주도 경위가 수사의 핵심이다.
▼金時衡(김시형)산업은행총재〓김총재도 지난 9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산은 전체여신액의 3분의 2가량인 5천6백1억원을 한보철강에 대출했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한보철강에 대한 신용등급과 담보가치가 제대로 평가됐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
▼李鍾衍(이종연)전조흥은행장〓이전행장은 94년 2천3백93억원을 대출, 조흥은행의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의 물꼬를 텄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불과 1년동안 거액을 대출해준 경위에 검찰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찬목 조흥은행장〓우행장은 95년 2월부터 지금까지 2천5백47억원을 대출했다. 특히 조흥은행의 경우 대출금과 지급보증 형태로 이루어진 순여신 5천21억원중 48.2%에 달하는 2천4백20억원에 대해서는 한푼의 담보도 챙기지 못한 이유에 대해 검찰의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장행장은 94년 12월 1천9백억원의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지난해 9월 냉연공장 신축자금 등으로 1천억원을 지원하는 등 모두 4천2백12억원을 한보철강에 빌려줬다. 95년 5월 현대건설에서 16년 일했던 장행장의 동생 明徹(명철)씨가 한보건설 전무로 입사해 96년 5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점도 한보와의 커넥션 의혹의 하나다.
〈徐廷輔·曺源杓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