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력이 있는 50대 남자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부근에서 좌석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 34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1시간 20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오후 2시경 權信雄(권신웅·56·무직·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씨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앞에서 동성교통소속 45―1번 좌석버스(서울 75사 1169호)에 타고 있던 宋埈赫(송준혁·33·삼성생명 직원)씨 등 승객 34명을 흉기와 사제폭발물로 위협, 인질극을 벌였다. 승객중에는 어린이 8명도 포함돼 있었다.
권씨는 이날 오후 2시경 안국동 로터리에서 버스가 신호대기로 정차하자 출입문쪽 앞좌석쪽에 앉아 있다 갑자기 『폭발물이다』고 외치며 운전석을 향해 플라스틱통을 던진뒤 15㎝정도의 과도로 운전사 이모씨(30·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를 위협하며 청와대로 갈 것을 요구했다.
이에 운전사 이씨는 중앙청 앞길을 통해 정부종합청사앞에 차를 세웠으며 권씨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만나 전해줄 편지가 있다』며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이나 윤여준 대변인을 데려오라』고 요구하며 약 20분간 이곳에서 소동을 벌였다.
경찰은 이후 권씨를 설득해 정부종합청사 옆문쪽으로 버스를 유도한 뒤 경찰특공대가 도착할 때까지 50분간 협상을 벌이며 계속 시간을 끌었다.
경찰은 운전사 이씨에게 몰래 소형 절단기를 건네줘 폭발물에 연결된 전선을 끊게했다.
경찰 특공대 8명은 버스 양편에 몸을 숨긴채 버스 앞쪽으로 이동, 운전사 이씨가 버스 문을 열자 순간적으로 시각과 청각을 마비시키는 섬광탄 10여발을 터뜨리며 버스안으로 들어가 권씨를 붙잡았다.
이 과정에서 운전사 이씨가 섬광탄파편에 왼쪽 눈언저리를 맞는 부상을 했으며 승객들은 무사히 구출됐다.
권씨가 갖고 있던 폭발물은 가로 14.5㎝, 세로 16.6㎝ 크기의 도시락형태로 재질은 알루미늄이며 그 안에는 폭죽용화약과 유황, 그리고 나사못이 들어있었다.
경찰은 이 사제폭탄이 밖으로 나와있는 고리를 잡아당기면 전기스파크가 일어나 폭약이 터지도록 만들어져 있어 인명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권씨는 범행과정에서 『내 가족이 나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동생이 경찰에게 피해를 보았다』 『나는 빨갱이들에게 이용을 당했다』는 등 횡설수설했다.
〈宋相根·宋平仁·金靜洙·申致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