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교수는 거지?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방학이 시작될 때쯤이면 사람들은 전화를 한다. 『이제 방학이죠』 형님도 묻는다. 『이제부터 뭐하니?』 자못 걱정된다는 어조들이다. 방학이 되면 할 일이 없어 고민 하는 것이 교수들인 줄 아는 모양이다. 교수들의 방학은 생각보다 한가하지 않다. 더구나 겨울방학은 있으나 마나 하다. 12월은 학기말시험 논문지도 입시 때문에 그대로 전쟁판이 된다. 한 학기동안 학생들이 배워온 것을 쓴 시험지와 씨름하노라면 장장동야(長長冬夜)가 오히려 짧다. 아닌 말로 누구처럼 선풍기를 꺼내서 날리는 무게에 따라 점수를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입학시험도 보통 일이 아니다. 입시감독 면접 그리고 채점으로 1주일내내 도시락신세가 된다. 입시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채점이다. 한 답안 한 답안이 수험생들의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긴장되고 이런 채점을 며칠 하다보면 그동안 쌓아두었던 기가 송두리째 빠지고 만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학이라면 1월 중순정도부터다. 전공 밖의 일은 방학중에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머리만 큰 화성인이 되지 않으려면 수영도 해야 하며 아버지가 왜 「고개숙인 남자」가 되었는지도 알아보아야 한다. 연구프로젝트도 한 개는 생각해두어야 평가점수가 올라갈 것이 아닌가. 2월은 너무나 쉽게 다가오고 또짧다. 이미 마음은 학생들보다 더 급해진다. 다음 학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내에 있는 문고들을 모조리 돌아다니면서 다음 학기에 쓸 교과서들을 체크하고 또 새로 나온 책들의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교수는 한가한 직업이 아니다. 거지처럼 뛰는 만큼 버는 직업이다. 이 동 신<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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