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동산 현장검증]대역들 살해-암매장 재연 『탄식』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26일 오전11시반경 경기 이천시 대월면 「아가동산」. 지난 87년 다른 신도들에게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崔洛貴(최낙귀·사망당시 7세)군과 88년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姜美璟(강미경·여·실종당시21세)씨의 살해암매장혐의에 대한 검찰의 현장검증이 있었다. 주민과 보도진 등 1백여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살해암매장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金己順(김기순·56·여)씨 등 10명의 구속피의자들은 한명도 나오지 않고 대역과 목격자 등 20여명만이 참가해 다소 맥빠지게 진행됐다. 현장검증은 먼저 최군을 3일동안 감금하고 집단구타했던 돼지우리에서 시작됐다. 최군을 살해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鄭在珏(정재각·45·여·구속)씨의 대역이 돼지똥을 최군의 몸에 바르면서 『「아가야」에 대적하는 귀신을 쫓아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주변에서는 『저런, 저런…』하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최군이 걱정돼 이 부근에서 서성이다 김기순씨에게 들켜 꾸지람을 들었다』는 明海錞(명해순·67)씨 등 목격자들은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생생히 전달했다. 강씨가 맞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주모씨(27·여)는 『당시 나도 남자와 사귄다는 이유로 미경이와 함께 끌려왔는데 미경이가 맞는 것을 보고 「저렇게 맞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10리길을 맨발로 도망쳤다』고 말했다. 최군과 강씨의 시체를 직접 암매장했다는 윤모씨(44)는 『구속된 피의자들이 진실을 숨기는 것이 가증스럽다』면서 『가슴에 묻어뒀던 비밀을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을 지휘한 강민구검사는 『오늘 검증은 증거능력은 없지만 수십명의 목격자가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하게 현장검증장면을 지켜보던 아가동산주민 20여명은 『누가 아무리 뭐라해도 정작 부모들은 타살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며 『아가동산 사람들은 흔들림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검증을 묵묵히 지켜보던 인근마을 주민 오모씨(42)는 『도대체 어느말이 맞는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이천〓朴鍾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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