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 한국청년봉사단]아시아4개국 르포

  • 입력 1996년 12월 19일 20시 43분


「콜롬보·카트만두·다카·방콕 夫亨權기자」 한국전쟁후 외국의 원조를 받아가며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아시아의 후발개발도상국가에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나눠주며 「좋은 친구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북동쪽으로 15㎞정도 떨어진 사프가스칸다공업지대에 있는 「한국―스리랑카 직업훈련원」. 지난달 22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마침 건물 2층에서 「설익은」 발음으로 한국말을 배우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정문까지 들려 왔다. 이곳은 우리 정부가 지난 94년부터 전문가와 봉사단원 등을 파견하고 2백만달러(약 16억원)의 훈련장비를 지원해 문을 열었는데 컴퓨터 봉제 목공 등 7개분야에서 2백여명의 청소년이 공부하고 있다. 초대 훈련원장인 위크라마신게(42)는 『우리나라에 외국의 지원으로 세운 직업훈련원이 10여개 있지만 지원국가의 말과 글까지 가르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며 『이 훈련원은 스리랑카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는 산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배우고 있는 라치카(22·여)는 『친절한 한국인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한국제 컴퓨터로 배우기 때문에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남동쪽으로 약 2백㎞ 떨어진 곳에 있는 이타하리잠업지도소. 뽕나무를 시험재배하기 위해 밭을 일구고 있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렇다할 돈벌이가 없는 시골에선 누에치는 것이 가계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장길에 이 지도소를 찾은 네팔 농림부 산업곤충국장 빔센(50)은 『네팔에서 「잠업」하면 누에고치나 뽕나무보다 「코리아」를 먼저 떠올리고 있다』며 계속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 싸바수출가공공단 근처에선 「우정(Friend ship)병원」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여름쯤 공사가 끝나면 주민들은 깨끗한 2층짜리 병원에서 한국인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우리나라 의약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방글라데시 지역사무소 趙聖淑(조성숙·29·여)소장은 『병원이 수도 다카에만 몰려 있기 때문에 이 병원은 비록 규모(30병상)는 작지만 앞으로 없어서는 안될 주요한 지역병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일 정오경 태국 방콕 찬드라카셈사범대 인문대 331호실. 우리나라의 지원으로 최첨단 어학기기 등을 갖춘 한국어센터에서 국제협력단 봉사단원인 李龍(이용·28)씨의 입모양을 따라 17명의 학생들이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강의실 중간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태국은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한 해 40만명이상 자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을 맞아들이기 위해 한국어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저개발국가에서 「국제협력의 첨병(尖兵)」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원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지원 규모는 일본의 1%수준』이라며 『지원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 사이에 「세계화는 함께 나누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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