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장구속]대출사례비 어떻게 주고 받았나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37분


22일 구속된 孫洪鈞(손홍균)서울은행장은 국제밸브공업 대표 朴賢洙(박현수)씨로부터 예금통장으로 대출사례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표나 현금 대신 돈이 입금돼 있는 통장을 건네받아 돈을 찾아쓰는 신종 뇌물거래수법을 동원한 것. 박씨는 지난해 9월 어음할인 한도액을 30억원 늘려준 대가로 손행장에게 1천만원이 입금된 자기 명의의 예금통장과 도장을 건네주었다. 손행장은 그에 앞서 95년 4월과 6월 수표로 받은 4천만원을 이 통장에 입금한 뒤 모두 5천만원을 필요할 때마다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다는 것. 손행장이 통장에서 아무리 돈을 찾아쓰더라도 은행장부에는 박씨가 자기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쓴 것이 될 뿐 증거는 전혀 남지 않게 된 셈이다. 물론 손행장은 은행장이라는 직위 때문에 돈을 찾을 때 은행창구에서 실명확인을 받아야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박씨와 손행장은 95년 11월에도 역시 1백24억원의 지급보증 대가로 5천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사례비로 주고받았다. 한 수사관계자는 『과거 뇌물사건에서도 돈이 입금된 통장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매우 드물었다』며 『신종뇌물거래수법으로 봐도 좋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수법이 공개될 경우 비리공직자들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며 통장거래수법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꺼렸다. 검찰에 따르면 6공 때까지만 해도 뇌물거래는 대부분 고액수표로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이 수표추적 기법을 동원하면서 뇌물거래는 현금거래로 바뀌었다. 현금으로 뇌물거래가 이뤄지면서 뇌물의 부피가 커져 최근의 뇌물사건에서는 「007가방」 등 돈가방이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구속된 李養鎬(이양호)전국방장관은 20㎏이나 되는 1억5천만원의 현금 돈가방을 받았었다. 〈金正勳기자〉 ---------------------------------- ▼ 사례비준 국제밸브 孫洪鈞(손홍균)서울은행장이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국제밸브공업(대표 朴賢洙·박현수)은 현재 법정관리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국제밸브공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가 지난 2월 『재무제표와 세금계산서를 위조,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인 것처럼 속여 서울은행에서만 1백억원을 편법으로 할인받았다』고 폭로한 뒤 관계사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지난 4월 부도가 났다. 국제밸브는 지난 61년부터 청동밸브 주철밸브 주강밸브 등 각종 밸브류를 생산, 수출해온 업체로 한때 중소기업형 전문기계업체로 지정되는 등 견실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과도한 시설투자로 계열사를 5개로 늘린 지난 93년부터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작년 매출액은 4백62억원. 창업주인 박대표는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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