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신설 꺼리던 李 “여론은 ‘필요’가 압도적”

  • 동아일보

“정치투쟁 대신 의견수렴 해달라”
‘신규 2기 건설 사실상 찬성’ 해석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윤석열 정부 당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에 대해 “지금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며 “최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했다. 당초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부정적이었던 이 대통령이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과 관련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이) 일종의 이념 의제화돼서 합리적 토론보다는 정치 투쟁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난타전을 하더라도 따로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주 기후에너지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과반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의 발언도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했다고 한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신규 원전 2기 이외의 추가 원전 수요에 대해서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앞으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 그때는 문화 예술 분야 예산을 잘 검토해 보자”며 추경 편성을 통한 문화 산업 지원 의사를 재차 밝혔다.

AI시대 신규원전 반대서 선회… “추가 건설 필요하다는 거죠”


李, 원전 2기-SMR 신설 힘 실어
“앞으로 추경 할 기회 있을것… 그때는 문화예술 예산 잘 검토”
생리대 값 지적하며 “무상 검토를”
산안법 처리 “국회서 빌든지 해라”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전기 문제 해결하려면 원자력발전소가 추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하자 정부 안팎에선 사실상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신규 건설 계획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윤석열 정부 시절 확정한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이었던 이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속에서 사실상 찬성 의견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李 “원전, 정치 투쟁 대신 국민 의견 수렴”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전이) 일종의 이념 의제화돼서 합리적 토론보다는 정치 투쟁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걸 최소화하고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고 난타전을 하더라도 헤어져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게 해달라”고 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변경 없이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11차 전기본에는 2038년까지 2.8GW(기가와트) 용량의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2년마다 세우는 15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인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반영된 것은 2015년 7차 전기본(신한울 3·4호기 신규 건설)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은)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모양새였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더 지을 데도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고 실용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SMR에 대해선 “기술 개발도 안 됐다”고 일축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강조한 것.

이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시각을 바꾼 것은 AI 육성을 위해선 안정적 전력 공급의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과의 만남에서 대규모 전력 공급 인프라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 것 역시 이 대통령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부가 지난주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도 이날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신규 원전 건설에서 정치적인 논쟁은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 李 ‘추경 시사’ 발언… 靑 “원론적 수준 말씀”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추경을 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통상 (추경이) 있지 않냐”며 “그때는 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잘 검토해 보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영화계나 문화예술계가 지금 토대가 무너질 정도라고 하던데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전 세계적으로 K컬처라며 한국 문화가 각광을 받는데 국내 문화예술 기반이 붕괴되면 큰일 아니냐”고 했다. 다만 발언 이후 상반기 추경이 가시화됐다는 전망이 이어지자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대통령의 추경 발언은 원론적 수준의 말씀”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시행 여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산재 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냐”며 “국회에 가서 빌든지 빨리빨리 해달라”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또 생리대 가격 문제를 지적하며 “아예 위탁생산해서 무상 공급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6개월 뒤 다시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통령이 지적했는데도 여전히 장관이 다시 보고받을 때 똑같은 태도를 보이는 곳이 있더라”라며 “할 수 있는 제재를 좀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생중계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뒤 반박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출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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