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탄’ 이혜훈 발탁에 “레드팀 필요” 옹호속 “사과 선행” 촉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9일 13시 52분


범여권 “尹어게인에 고위직 맡기는건 광장에 대한 배신” 지명철회 요구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서울=뉴시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12.29.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선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데 대해 “‘능력주의 인사’의 화룡점정”, “‘레드팀’(조직 내부에서 반대 입장을 내는 역할을 하는 팀)이 필요하다”는 등 옹호 발언이 잇달아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으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고 석방을 요구한 행보 등을 거론하며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 “분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지 지명에 반발하는 당 강성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자세로 해석된다. 반면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정당은 “광장 배신”, “명백한 퇴행”이라며 일제히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9일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출신과 이념을 넘어 ‘오직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적재적소의 인재를 기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탕평’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서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무엇이든 해야 된다라는 절박함이 대통령께는 있지 않았겠느냐”며 “경제 정책에 있어서 다른 시각으로 어떤 균형을 잡으려고 하는 내부의 ‘레드팀’ 같은 이러한 것도 대통령으로서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22대 총선에서 이 후보자와 맞붙었던 박성준 의원(서울 중-성동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접 칼을 맞대어 본 사람만이 상대의 진가를 아는 법”이라며 “현장에서 겪어본 이 후보자는 경제와 예산을 꿰뚫어 보는 내공이 깊고, 무엇보다 실력이 탄탄한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 오기형 의원은 “민주당의 기본적인 정책 기조와 정치 철학을 전제로 한다면, 능력 있는 인사를 탕평 차원에서 발탁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권칠승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퇴행적 진영 정치의 일각을 깨트릴 ‘트리거’(총알 발사 장치)가 되어주길 더욱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의원들은 이 후보자를 향해 탄핵 반대 등 행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면서 이를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영배 의원은 “분위기에 휩쓸려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고, 심지어 윤석열 석방을 요구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판단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중요한 역할을 그 정도 판단력도 없는 분이 수행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께서는 국민 앞에 제대로 변화된 생각을 밝히시고 과거를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청문회 때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하여 우호적인 행동을 취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내란 청산을 강렬히 바라는 국민들께서 정말 이해하지 못하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대상이 아닌가 할 만한 행적이 있더라”라며 “그런 행적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청문회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전날 SNS에 김성식 전 의원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장관급) 임명과 이 후보자 지명을 나란히 언급하며 “탕평·실력 위주 인사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썼다가 1시간 만에 이 후보자 언급은 삭제하기도 했다.

박 수석대변인도 “민주당도 대통령의 지명 인사라고 단순하게 옹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더 날카롭게 검증하겠다는 원칙으로 청문회에 임해야 된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 국민적 정서에 부합할 수 있다는 것들을 충분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범여권인 진보당은 이날 “이재명 정부는 이 장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손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재명 정부가 ‘윤 어게인’에게 고위직을 맡기는 것은 광장에 대한 배신이자, 국가 기강을 흔드는 악수”라고 말했다. 사회민주당도 전날 논평에서 “‘실용’이 아닌 명백한 ‘퇴행’”이라며 “내란조차 옹호할 만큼 낡고 편협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 인물에게 나라의 살림을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국혁신당은 이 후보자의 해명을 요구하면서도 철회 요구는 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은 전날 논평에서 “이혜훈 지명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위해, 윤석열과의 결별 여부를 확인하고자 한다”며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않고, 장관 임명에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SNS에 이 후보자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모습이 담긴 기사들을 올렸다.
#기획예산처#더불어민주당#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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