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00명 그냥 나온 숫자 아냐…의료계서 합리적 제안땐 얼마든지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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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과 관련 대국민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1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과 관련 대국민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1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는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료개혁·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약 50분간 생중계로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 시작에 “국민들의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하다”면서도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며 증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의 ‘목숨값’이 그것밖에 안 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는 총선에 개입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고 정권 퇴진을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태는 대통령인 저를 위협하는 것이 아닌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 중대한 위협…직역 카르텔 갈수록 공고해져”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의사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강화해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에 걸렸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 그간 의사들이 주장해온 과제를 충실히 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수·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의사에게 보상과 인프라 지원을 해 주기 위해 1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자하고 사법 리스크 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의료전달체계 개선 과정 등을 언급하며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50일 가까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행동을 “불법 집단행동”이라 규탄했다. 이어 이어 “의료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의사들의 집단 행동은 “우리 사회의 중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년 후 의사가 2만 명이 더 늘어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사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인 의사들의 소득과 기회는 지금보다 절대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지금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해도 최소 10년 후에나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늘어난다”며 일시에 2000명을 증원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히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 제시 요청에 어떤 의견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정부 요청에 묵묵부답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 근거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으로,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직역(職域)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27년간 국민의 90%가 찬성하는 의사 증원과 의료 개혁을 그 어떤 정권도 해내지 못했다”며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국민의 생명, 건강을 보호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있음에도 의사협회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하며 “제가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나”라고 했다. 또 “집단행동을 하겠다면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하라”며 “의사단체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와 함께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회피하고 싶은 인기 없는 정책도 국민에게 꼭 필요하다면 과감히 실천해왔다”며 “2022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 당시 ‘타협해야한다’는 의견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건설 현장의 ‘건폭’에 대응할 때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하고 늘봄학교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적지 않은 저항에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정책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어느 정부도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돼 지금처럼 절박한 상황까지 왔다”며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로,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타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저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제안했다.

“2000명 그냥 나온 숫자 아냐…연구 결과로 산출한 최소한의 규모”

윤 대통령은 이날 “2000명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통계, 연구를 모두 검토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 상황까지 꼼꼼히 살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하게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검토했다”며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의료취약 지역에 전국 평균 수준 의사를 확보해 공정한 의료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만 당장 5000여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며 “결국 2035년까지 최소한 1만 5000여 명의 의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인구 비중이 2035년에는 30%에 육박한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고령화가 의료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또 2035년에는 70대 이상의 고령 의사 비중이 19.8%에 이른다며 “당연히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고 오히려 줄었다”며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들은 20년 전에 비해 매년 천 명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 고령인구 증가 속도는 OECD 평균의 1.7배, 최근 6년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 의료비 증가 속도가 OECD 평균의 3배로 의사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역의 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은 수억 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군, 경찰, 소방 등 특수 직군을 위한 병원은 장기 근무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특수 직군 맞춤형 진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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