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에 단단히 뿔난 北…‘태양절 친선축전’ 참가 명단서 쿠바 삭제

  • 뉴스1
  • 입력 2024년 3월 27일 1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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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1일 ‘쿠바 혁명’ 승리 65돌을 맞아 북한주재 쿠바 임시대사대리와 대사관 성원들이 10일 평천혁명사적지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1일 ‘쿠바 혁명’ 승리 65돌을 맞아 북한주재 쿠바 임시대사대리와 대사관 성원들이 10일 평천혁명사적지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맞아 개최되는 봄 친선 예술축전 참가국 명단에서 쿠바를 삭제했다. ‘형제국’으로 여겼던 쿠바가 지난달 전격적으로 한국과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112돌에 즈음해 수도 평양에서 제33차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이 진행된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행사에 수십 개 나라의 이름 있는 예술단, 무용단, 교예단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국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축전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가 4월 11일부터 25일 사이 진행된다고 알리면서 러시아 라오스, 베트남 등 국가와 함께 쿠바가 참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홈페이지에 ‘초청 관련 소식’ 3번째로 쿠바를 소개하며 “쿠바 문화성이 추천한 마라 엑우디 무반주 혼성합창단, 콘트라스테스 기타 2중주단, 국립연주회음악센터 피아노 독주가, 벤투스 아바나 목관 5중주단, 냐스 모빌레스 목관 3중주단”이 참가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축전 홈페이지에선 쿠바의 참가를 소개하는 글이 사라졌다. 조직위는 초청 관련 소식을 1번부터 20번까지 게재했는데 쿠바 관련 3번 글만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제로 쿠바 예술단의 축전 참가를 불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북한이 한국-쿠바 수교 이후 쿠바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드러낸 것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한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수립 발표 이후 관영 매체에서 쿠바를 언급하지 않았다. 한-쿠바 수교는 지난달 14일 밤 발표됐는데 노동신문은 이튿날인 15일 6면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비난한 것을 보도한 것을 끝으로 쿠바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6면에서 쿠바를 포함해 러시아, 중국 등 우방국의 소식을 종종 전하고 있는데 한 달 넘게 쿠바 소식을 전하지 않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역시 북한이 간접적으로 쿠바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수교 발표 이튿날 쿠바 소식을 전한 것은 한-쿠바 수교 발표 전까지 수교 사실을 파악하지 못해 미처 대응할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망신’에 가까운 일로 치부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쿠바로부터 수교 관련해 전혀 전달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 북한의 불만 수위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한-쿠바 수교 한 달여 만인 지난 18일 마철수 주쿠바 북한대사가 귀임 전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만난 소식을 보도했다. 마 대사의 귀임도 질책성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마 대사의 후임 대사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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