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성’ 실패 文정부… “소득분배 악화 통계 가중값 바꿔 왜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6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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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통계조작’ 감사 결과]
감사원 “靑, 자료 다 들고 오라 요구”
文, 최저임금 인용 발언 논란 일자
통계청에 거짓 해명 지시 정황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관련 국가 통계를 왜곡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가계소득과 분배 지표가 정책 시행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가 통계청을 압박해 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소주성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계자료를 불법으로 제공받고 개인이 임의로 분석한 보고서를 문 전 대통령이 인용해 논란이 일자 통계청에 거짓 해명을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과 분배 지표가 악화하자 통계 산출 방식을 바꿔 수치를 조작했다. 청와대 정책실은 2017년 6월 통계청 가계동향 통계에서 가계소득이 1년 전(430만6000원)보다 0.6% 줄어든 427만8000원으로 집계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렸다. 그 결과 2017년 6월 가계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1.0% 오른 434만7000원으로 바뀌었다.

소득분배 지표에도 수치 조작이 이뤄졌다. 2018년 1분기(1∼3월) 소득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소득5분위배율이 2003년 이후 최악인 6.01로 나오자, 앞서 전년 6월 가계소득을 부풀리기 위해 적용했던 취업자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5.95로 낮춰 공표했다. 소득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5분위) 평균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분배 불평등 정도가 높은 것으로 본다.

통계자료를 불법으로 제공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배율이 공개된 후 최저임금 인상과 소주성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공표 당일인 5월 24일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며 통계청에 “통계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통계청은 통계자료제공심의위원회의 승인 없이 과거 17개 분기 응답자 8만 명에 대한 소득과 지출 정보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를 한국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넘겨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하도록 했다. 또 해당 자료는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실장이었던 강신욱 전 통계청장에게도 보내졌고, 강 실장은 이를 분석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언했다. 이후 해당 발언의 근거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자 경제수석실은 통계청장에게 “노동연구원이라는 국책 연구기관이 통계청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고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이 아닌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통계자료도 임의로 제공했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해명토록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87만명 늘자… 靑, 통계 해석 다시하라 지시”


비정규직 제로 정책 엇박자에
“보도자료서 87만명 증가 빼게 해”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통계 해석과 보도자료 작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10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발표 과정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

당시 부가조사에선 비정규직이 전년보다 86만7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일자리수석실은 “아주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같은 해 실시한 ‘병행조사’가 주된 원인이므로 이를 분석해 설명하라고 통계청에 지시했다.

당시 통계청은 같은 해 3월과 6월 조사에서 ‘고용 예상 기간’을 한 번 더 질문하는 ‘병행조사’를 실시했다. 원래 조사에선 ‘직장에서 고용 기간을 정했느냐’는 질문에 ‘정하지 않았다’고 답하면 고용 기간을 따로 묻지 않지만, 병행조사에선 ‘고용 예상 기간’을 추가로 묻는다.

당시 청와대는 병행조사 답변 과정에서 응답자의 인식 변화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음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던 이들이 ‘고용 기간’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제야 스스로를 기간제 근로자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비정규직이 대거 통계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병행조사 효과가 실제 있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당초 통계청은 병행조사 효과 추정치를 23만2000명에서 36만8000명으로 분석해 보고했지만, 청와대 측은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지요?” “숫자가 30만에서 50만 명 안에 있네요”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통계청은 해당 지침에 맞춰 병행조사 효과를 최종 35만∼50만 명으로 추정해 발표했다. 청와대는 또 통계청이 발표 전 보고한 보도자료의 인포그래픽에서 비정규직 ‘87만7000명↑’ 등의 증감 수와 표시까지도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소득주도성장#실패#文정부#소득분배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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