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 핵공격시 美 핵무기로 압도적 대응…핵기획그룹, 더욱 강력하다 자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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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워싱턴 선언’ 채택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공격 시 양국 정상이 즉각적으로 협의해 미국 핵무기 등 모든 전력으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북핵 미사일 위협 등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제공 과정에 한국의 참여 확대가 보장되는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창설하기로 했다.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이 정기적으로 협의된다고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이후 한국 해역에서 종적을 감춘 전략핵잠수함(SSBN)이 40여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등 북핵 위협에 대비한 전략자산 전개도 크게 늘어난다. 해킹 등 북 사이버 전자전에 대비한 한미 사이버 안보 전략 프레임워크도 가동된다.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이런 확장억제 강화책을 제시하면서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약속을 이어가기로 했다.

● 尹 “핵기획그룹, 더욱 강력하고 전보다 많이 달라”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도상 시뮬레이션 훈련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핵협의그룹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별 미국의 대응 정보를 공유하고 이 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제도적 참여를 보장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것. 전술핵무기 배치 여부를 제외하면 핵과 전략무기 사용 과정을 동맹국과 공유하는 메커니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과 유사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핵기획그룹의 구체적 작동 방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전보다 많이 다르다”며 “하나의 새로운 확장억제 방안이자, 더욱 강력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회담에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중대한 만일의 사태(major contingencies) 때 (대응)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는지에 대한 한국의 이해를 돕고 그런 숙의 과정에 한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to give them a voice in those deliberations)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 공격 같은 유사시 미국의 핵 대응 과정에 한국에 발언권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워싱턴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확장억제, 정보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핵 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미국은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장착한 전략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미국은 다만 전술핵무기를 포함해 미국의 어떤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핵무기 사용에 관한 결정은 전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권한(sole authority)”이라고 했다.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 따라 미국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한국이 자체 핵 개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셈이다.

● 한미 NSC 간 ‘차세대 신흥 핵심기술대화’ 신설


아울러 두 정상은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위해 한미 국가안보실(NSC) 간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기술에 대한 공동연구·개발과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다”며 “사이버, 우주 영역으로도 확장될 수 있도록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사이버, 우주 공간에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시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채택한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미가 사이버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정보공유, 수집, 분석과 관련한 협력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국제 개발협력 등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고 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후 성명에서 “양 정상은 민간인과 핵심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했다”며 “양국은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것을 포함하여 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오커스(AUKUS)의 출범을 포함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협력적 노력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전문] 한미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미합중국 조셉 R.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 2023년 4월 26일에 회동하였다.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공동의 희생 속에서 주조되고 항구적인 안보협력을 통해 강화되었으며, 양국의 외교 역량을 활용한 긴요하고 전략적인 대업을 평화롭게 달성 가능케 한 긴밀한 연대를 자양분으로 하여 발전해 왔다. 안보 파트너십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원칙을 옹호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진정한 글로벌 동맹으로 성장하고 확장되었다. 우리의 동맹은 연이은 도전에 맞서서도, 언제나 굴하지 않고 일어섰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에서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였다.

우리 동맹에 역사적인 해를 기념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더욱 강화된 상호방위관계를 발전시키기로 약속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확인한다.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가 함께 취하는 조치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미국은 미국 핵태세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하며, 한미동맹은 이러한 협의를 촉진하기 위한 견실한 통신 인프라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

한미동맹은 핵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 이는 한국과 지역에 대해 증가하는 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을 통하는 것을 포함한다.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하였다. 아울러,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양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군 간의 공조를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나아가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 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 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활동에는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도상훈련이 포함된다.

이러한 중요한 발전들의 견지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의 공동의 안보에 대한 모든 위협에 맞서 함께 할 것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며,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향후 조치들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동시에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

워싱턴=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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