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돈에 의한 매수로 민주주의 도전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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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기념사서 ‘野 돈봉투 의혹’ 겨냥
“거짓 선동하고 인권운동가 행세”
민주당 “野에 전쟁 선포, 갈등조장”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4·19혁명 기념식에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며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회 4·19혁명 기념식에서 “4·19혁명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게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저희는 많이 봐 왔다”며 “이런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가 민주주의 근간을 해칠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는 가짜 민주주의”라며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돈에 의한 매수’ 발언은 최근 야권을 강타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정한 사안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을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와 ‘인권 운동가 행세’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세력들이 민주주의를 참칭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그런 사례들을 제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퇴장할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야당과 언론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싶은 것이냐”며 반발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야당과 언론을 가짜뉴스, 선동꾼으로 매도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위협하는 사기꾼이라고 칭하고 싶은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강조하지는 못할망정 갈등을 조장하는 저주의 단어만 나열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도 따졌다.

이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기념사 어디에도 현재 야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늘 민주당의 날 선 반응을 접하니, ‘도둑이 제발 저리나’라는 속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맞받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윤석열 대통령#4·19혁명 기념식#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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