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용 “영양제 쇼핑백에 1억, 유동규에 ‘약’이라며 줘…김용 다녀간뒤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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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1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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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정민용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정민용 변호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가 2021년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 전 공사 사장 직무대리에게 건넨 1억 원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사무실을 다녀간 뒤 사라졌다고 21일 증언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 전 부원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4∼8월 남욱 변호사 측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 원을 받아 유 전 직무대리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6억 원이 김 전 부원장 측으로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이날 정 변호사는 검찰 주신문에서 “2021년 2월 전에 유 전 직무대리가 대선 경선자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유 씨가 김 전 부원장의 전화를 끊으며 ‘용이 형이 직능부장 맡았다. 그 자금으로 20억 원 정도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미국에 있던 남 변호사에게 유 전 직무대리의 돈 요구 사실을 전달했고, 2021년 4월 말 남 변호사의 측근인 이모 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전달받았다고도 털어놨다. 또 그 돈을 같은 달 또는 5월 초순경 유 전 직무대리가 주도해 설립한 업체인 유원홀딩스 사무실로 가져가 유 씨에게 건넸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정 변호사는 이 씨로부터 현금 1억 원을 건네받을 때 돈이 영양제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이 씨가 “약입니다”라고 농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신도 며칠 뒤 유 전 직무대리에게 돈을 주며 같은 농담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돈을 주면서 ‘약 가져왔다’고 했더니 유 전 직무대리가 ‘이따 용이 형이 올 거야’라고 했다. 얼마 후 벨이 울리니 유 씨가 직접 나가서 문을 열어줬다. 김 전 부원장과 함께 사무실로 이동해 5∼10분가량 있다가 김 씨가 나갔다”고 진술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을 목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을 목격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3.21. 뉴스1
검찰이 ‘조사 당시 김 전 부원장이 돈 받으러 온다는 것을 알아서 유심히 지켜봤다고 진술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정 변호사는 “그렇다”며 “나가는 것도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당시 두 사람이 들어간 사무실이 투명한 유리문으로 돼 있어 직접 본 것이라며 “김 전 부원장이 남색 사파리(외투)를 입고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정 변호사는 자신이 이 씨에게 건네받은 1억 원이 담긴 쇼핑백이 김 전 부원장의 사무실 방문 이후 사라졌다고도 주장했다. 또 1억 원 전달 후에도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화로 여러 차례 자금을 요청해 ‘유 씨도 쪼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후 같은 해 6월 초순에도 자기 거주지인 판교 모처에서 이 씨로부터 현금 5억 원이 담긴 골프 가방을 전달받았고, 며칠 뒤 유원홀딩스에서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돈을 담았던 가방은 유 전 직무대리의 거주지에서 발견됐다.

한편 이날 김 전 부원장은 정 변호사가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자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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