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있는 김정은, ‘주애, 주애’ 하며 딸 아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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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기획]김주애 노출시키는 북한의 속내
지난해 11월 김주애 얼굴 처음 공개… 지금까지 軍 행사에만 6번 등장
후계 가능성에는 관측 엇갈려… “이제 10살, 논의하기엔 이르다”
“이미 수령급 표현 사용 내정 시사”… 김정은 中 방문 시, 동행 여부 주목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못지않게 화제인 인물이 그의 딸 김주애다. 김주애의 첫 등장부터 최근 행적들까지 들여다봤다. 나아가 김주애의 후계 가능성을 두고 엇갈리는 분석들을 짚어 보고, 백두혈통의 교육법까지 살펴봤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7일 평양에서 열린 체육행사에서 딸 김주애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중 손뼉을 치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의 둘째인 딸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이후 열병식, 건군절 기념 연회 등 8차례나 공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AP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7일 평양에서 열린 체육행사에서 딸 김주애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던 중 손뼉을 치며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의 둘째인 딸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이후 열병식, 건군절 기념 연회 등 8차례나 공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AP뉴시스
지난해 11월 1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선 일제히 한 소녀의 사진이 실렸다. 흰색 패딩 점퍼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은 소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발사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북한 매체는 전날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시험 발사가 이뤄졌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모든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일성의 자손인 ‘백두혈통’ 4대의 얼굴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이 소녀를 두고 “김 위원장의 둘째인 딸 김주애”라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에도 열병식,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주요 행사에 김주애와 동행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동안 김주애는 8차례나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했다. 다만 김주애를 ‘김정은의 후계자’로 볼 수 있을지를 두곤 분석이 엇갈린다.

● 김주애 등장 8번 중 6번이 軍 행사
김주애란 이름이 처음 알려진 건 2013년 9월이었다. 같은 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영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다”고 밝히면서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첫째(2010년생 추정)와 김주애(2013년생 추정), 그리고 성별이 불분명한 셋째(2017년생 추정)가 있다는 것. 국정원은 앞서 7일 “첫째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첫째 아들의 이름은 ‘정주’로 알려졌다. 김주애와 관련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주애, 주애’ 하며 굉장히 아껴 왔다는 첩보가 있다”고 했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총 8차례 공식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 중 6차례가 군 관련 행사였다. 지난해 11월 화성-17형 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촬영식에선 김 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올해 1월에는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기지를 둘러봤다.

김주애는 2월 열린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연회’에서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 사이에 앉아 군 장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이튿날에는 열병식에 참석해 귀빈석 중앙에서 관람했다. 검은색 베레모를 쓴 김주애는 김 위원장의 뺨을 쓰다듬거나 손뼉을 치며 웃었다. 열병식에선 김 위원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백마 뒤로 김주애의 백마가 뒤따랐다. 열병식에서 군인들은 “백두혈통 결사보위”란 구호를 외쳤다. 김주애는 이달에는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을 김 위원장과 함께 참관하기도 했다.

● 핵무기 선전 효과 노려 김주애 내세워


북한이 김주애를 최근 자주 노출시켰지만 김 위원장의 후계자라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향후 아들을 내세우기에 앞서 혼란을 주기 위해 김주애를 노출시켰다거나 어린 딸을 앞세워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주애는 김 위원장의 딸로서 보도되고 칭송을 받는 것”이라며 “‘김주애 개인이 아닌 ‘백두혈통’ 전체에 대한 찬사이기 때문에 후계자 논의는 섣부르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주애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이 미래 세대를 안전하게 만드는 용도’라고 선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실장은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시장 세대’들은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지지도가 예전 세대만 못하다”며 “김 위원장이 시장 세대들을 다독이면서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기 위한 명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애가 이제 갓 10세에 불과해 후계자로 지명되기에 이른 나이라는 점도 후계자 논의는 시기상조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위원장은 26세 때인 2010년 9월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도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됐고, 38세 때인 1980년에 공식화됐다.

그동안 ‘부자(父子) 세습’을 해온 북한의 김씨 일가가 여성인 김주애를 선뜻 후계로 내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지명될 경우 추후 김씨 성이 아닌 남자와 결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김씨’로 대표된 백두혈통이 끊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건강 문제 등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김주애가 아닌,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과도기 지도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와 캐트린 캐츠 한국 석좌는 14일(현지 시간) 전직 미국 정보분석가 등과 함께 한 토론 내용을 정리한 ‘북한 리더십에 대한 해답 없는 질문들’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죽거나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김여정이 가장 유력한 과도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에게 권력이 넘어가면 북한 최초의 수평적(같은 세대 간의) 권력 이양 사례이자 첫 여성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주애 후계자 내정 가능성도

다만 일각에선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됐을 가능성도 크게 보고 있다. 북한 매체는 그동안 김주애를 가리켜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존귀하신’이란 표현은 역대 수령에게만 사용됐다는 점을 볼 때 김주애 후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절대 권력자를 뜻하는 수령에게만 사용되는 수식어를 김주애에게 사용한 것은 그가 ‘후대 수령’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김정일도 김정은의 8세 생일날인 1992년 1월 8일 측근들에겐 ‘앞으로 내 후계자는 정은’이라고 공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후계 내정 사실을 조기 공표해 근거 없는 억측이 도는 것을 미리 차단하고, 김주에에겐 일찍부터 간부 등과의 폭넓은 접촉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향후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또는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북 시 김주애를 동행한다면 후계자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시그널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과거 김일성도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인한 뒤 중국 지도부에 소개하기 위해 중국을 함께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는지,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 김주애를 데려가는지, 김주애 개인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이뤄지는지 등을 잘 살펴보면 후계 구도의 윤곽이 좀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애는 홈스쿨링, 김정은은 유학파… 백두혈통 교육은 어떻게



세대마다 다르게 진행된 백두혈통 교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둘째인 딸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현장을 시작으로 군 시설에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김씨 일가, 이른바 ‘백두혈통’의 4대 세습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러한 김주애의 행보는 선행학습 또는 현장체험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백두혈통의 ‘교육 방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주애가 정규 교육기관을 다니지 않고 평양에서 가정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승마, 수영, 스키 등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암시하듯 북한은 지난달 8일 진행한 열병식에서 김주애의 백마를 등장시켰다. 정보 당국은 아들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의 첫째도 ‘홈스쿨링’을 받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백두혈통 교육은 세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선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만주에서 소학교, 중국 지린성에서 중국인 학교를 다닌 뒤 중학교 중퇴로 학력을 마쳤다. 그 외 김일성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대한 공식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2대인 김정일의 경우 그의 이복동생(또는 동생) 김평일과 함께 특수학교인 평양 남산고등중학교를 다니면서 북한 내 장차관급 수준의 특권층 자녀들과 함께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산학교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동료 집단과의 유대감 형성’보다 원만한 세습에 초점이 맞춰진 특수목적 교육기관이다.

이 학교를 나온 탈북민 출신 조명철 전 국회의원은 “감기만 걸려도 등교할 수 없었고 고학년이 되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경어를 썼다”고 전했다. 외부 기밀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보안 통제도 철저한 곳이었다고 한다.

다만 김정일 형제의 교육이 끝난 뒤 남산학교는 폐교됐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일이 다니던 시절 김평일이 김일성을 닮은 외모와 리더 기질을 뽐내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며 “동급생들이 김평일을 따르자 이후 김정일이 학교를 없앴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백두혈통 3세대는 모두 스위스 유학파다.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그의 이복·친형제들까지 해외유학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북한의 개혁·개방을 염두에 둔 선택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유학 생활 중에도 김 위원장은 외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김정일이 김 위원장의 형인 김정남이 자유로운 유학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면서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것. 이에 김 위원장의 유학 생활을 엄격하게 통제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엔 고려호텔 등 별도의 장소에서 ‘독선생’을 두고 개인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혈통의 ‘교육 실험’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폐쇄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가족 관리와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백두혈통의 신변 보호와 관련된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북한#김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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