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모란봉편집사, 美 동포사회 침투…북한 찬양 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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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당국 정황 포착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모란봉편집사’가 미국 교포들과 접촉해 미 한인 사회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활동을 이어온 사실을 정부가 포착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모란봉편집사가 대외 선전 홈페이지인 ‘조선의 오늘’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직접 재미 교포들에게 북한 체제 선전을 지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 안보당국 “모란봉편집사, 미국 동포사회 침투”
안보당국이 파악한 재미교포 유명 학자 B 씨의 북한 찬양 페이스북
안보당국이 파악한 재미교포 유명 학자 B 씨의 북한 찬양 페이스북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보 당국은 최근 모란봉편집사 등 북한 선전 조직의 활동을 추적하던 중 모란봉편집사가 재미 교포들에게 북한을 칭송하는 등의 사이버 여론전 지시를 내린 정황을 포착했다. 모란봉편집사는 평양에 본사를 두고 중국 등 해외에 주재원을 파견해왔다. 국내에선 접속이 차단된 대외 선전 홈페이지 ‘조선의 오늘’을 운영 중이다.

안보당국은 또 모란봉편집사가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뿐만 아니라 중국의 틱톡, 위챗, 큐큐(QQ) 등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계정을 만들어 북한 체제 선전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안보당국은 미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 A 씨와 서울대 출신 유명 생물학자인 B 씨가 모란봉편집사와 접촉해 지시를 받았거나 연계됐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운영하는 시애틀 동포 커뮤니티 홈페이지에는 모란봉편집사가 관리자 계정을 갖고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는 게 안보당국의 판단이다. 이 홈페이지에는 ‘조선의 오늘’로 접속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안보당국은 모란봉편집사가 B 씨가 쓴 북한 체제 찬양 글을 적극적으로 미주 한인 사회에 알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2000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미 국립보건원(NIH)의 유전자 연구에 참여하는 등 유명 학자다. 안보당국에 따르면 그의 저서는 박근혜 정부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인증한 우수과학도서에 선정됐지만 북한 찬양 활동이 밝혀져 선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안보당국이 파악한 재미교포 A 씨가 운영하는 시애틀 동포 커뮤니티.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된 북한의 대외 선전 홈페이지 ‘조선의 오늘’ (왼쪽 위 빨간 박스). 국내에서 접속이 차단된 ‘민족통신’으로 접속하는 배너(오른쪽 아래)가 있다.



●안보당국 “미국 시민권 방패삼아 北 찬양, 경각심 필요”
안보당국 관계자는 “미국 시민권자인 A 씨와 B 씨는 미국에서 북한 찬양 활동을 벌여 이미 2016년 국가정보원의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북한 체제 선전을 계속 이어온 것으로 안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A 씨의 페이스북엔 김일성 비석 앞 ‘셀카’ 등이, B 씨의 페이스북엔 “위대한 수령님” “조선혁명, 주체의 사상 제도는 우주진화 138억년만에 탄생한 리성의 꽃” 등 글들이 올라와있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모란봉편집사가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도 미국에서 차단되다 보니 미국 교포들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북방첩센터를 설치해 대공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북한의 지시를 받고 동포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북한 찬양 활동을 벌이는 재미교포들은 수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미정보당국이 공조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보당국 관계자는 “미국 시민권을 방패삼아 한국의 국가보안법이 미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하는 교민들이 있다”며 “동포사회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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