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27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수정안 표결을 직권으로 뒤로 미뤘다.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입법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3월1일까지 3월 의사일정을 정한 뒤 그에 따라 열리는 첫 본회의 전까지 여야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표결을 직권으로 뒤로 미뤘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순서를 앞으로 당기는 내용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상정하기 전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따로 불러 의견을 나눴다.
논의를 마친 김 의장은 “오늘 제출된 의사일정 변경 동의에 대해서는 표결을 미루고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의장으로서 본회의를 하기 전에 입장문에서 입장을 밝혔다”며 직권으로 개정안 상정을 미뤘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책임 있는 원내 다수당으로서 법안의 합의 처리 노력을 마지막까지 기울여주시고, 국민의힘도 협상에 적극 임해서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이 개정안 표결을 미루자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왜 국회법대로 안 하시나. 원칙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정회하라” “절차에 따라 부의한 것을 다뤄야지 이러시면 안 된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 의장은 “그간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처리한 게 11건인가 되는데 다 선례를 살펴봤다. 가능하면 의사일정이 본회의에 회부된 대로 처리하는 게 맞다”면서도 “지금 이 안건에 관해 정부 쪽에서 거부권 행사가 공공연하게 선포된 이상 의장으로서는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장은 이어 “국민의힘에 협상의 기회를 한번 더 주고, 국회에서 거부권이 전제되는 입법을 하는 것보다 국회에서 의결을 하고 정부에 이송하는 게 맞는 것 아니겠나”라며 “누구를 위해서 법안을 의결해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대신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를 통해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 3월 의사일정을 합의한 뒤, 그에 따라 처음 열리는 본회의 전까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늦어도 3월1일까지 3월 의사일정을 합의하고, 그 의사일정에 따른 첫 번째 본회의 소집일까지 협의가 되면 협의된 대안으로, 협의가 되지 않으면 민주당이 낸 수정안으로 본회의에서 표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내려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초과 생산량 규정을 3~5% 이상으로, 가격 하락 폭을 5~8%로 각각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치를 조정하더라도 매입 의무화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가격이 더 하락하고, 재정 부담도 심화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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