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사전질문지 보강”…정순신 “진행중인 소송 묻는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7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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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7 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2023.2.27 뉴스1
대통령실은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를 계기로 공직 예비 후보자에 대한 사전질문서 항목과 표현을 보강할 방침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전날 “검증 과정에 아쉬움이 많다”며 몸을 낮춘 대통령실이 ‘학교 폭력(학폭)’ 사건의 민감성과 그에 따른 야당의 공세를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 다만 정 변호사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근무 인연이 부실 검증의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그럴 만한 친분이 없다”며 차단하는 분위기다.

● 대통령실 “사전 질문지 보강”…정순신 “착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논란의 원인이 된 인사 추천 사전 질문지에 대한 보강이 1차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자녀의 학교폭력 관련 질문을 추가하거나, 사실 그대로 답변할 의무를 강조하는 문구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다른 관계자는 “학폭 사건을 알리고 싶지 않은 부모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직 후보자가 자기중심적인 답변을 적어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의식해 검증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신중한 기류다.

정 변호사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 질문서에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소송을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있냐는 질문으로 이해하고 ‘아니오’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주변에 자문해보니 과거에 끝난 소송은 답하는 게 아니라고 들었다”며 “과거 사건을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 검증팀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라고도 했다. 일종의 “착오”라는 취지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사전 질문서상의 시제가 불분명했다면 인사 검증팀에 직접 문의했으면 될 일”이라며 “과거 소송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野 “학폭·인사 검증 실태조사단 구성”

대통령실은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검찰 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폭 사건에도 인사 검증을 통과한 이번 사건을 지지율 상승 국면에서 맞닥뜨린 대형 악재로 보고 있다. 야당은 정 변호사와 윤 대통령, 한 법무부장관의 근무 인연이 부실 검증의 단초라고 벼르는 상황.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변호사 본인이 학폭 내용을 기재하지 않아 검증 과정에서 모른 채로 넘어간 게 사안의 전부”라며 “학폭 내용을 알고도 임명했다면, 논란이 불거진 직후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을 취소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정순신 학폭 및 인사 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겠다”며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을 인사혁신처에서 하도록 하는 이른바 ‘정순신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인사 검증 기능이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라며 “대통령실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했는데, 인터넷 검색 한 번 하면 나오는 것 아니냐.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장관을 향해서도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2018년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고,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다”며 “학폭 소송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인사 검증 책임론에 대해 “문제 제기 이후 바로 사퇴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일단 매듭지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인사 검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문제점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당국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된다”면서도 “모든 것에 대해 다 대통령이 책임을 진다든지 사과하는 부분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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