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당국 “北열병식 고체연료 ICBM, 모형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14시 35분


TEL(이동식발사차량)에서 ‘하중 눌림’ 식별 안돼, 실물은 최소 50t 안팎 추정
발사관 내부 비었거나 모형 가능성, 최적 타이밍에 시험발사로 실물 공개할수도

이달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고체엔진 추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9축짜리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등장하고 있다. 노동신문
이달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고체엔진 추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9축짜리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등장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야간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엔진 추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실물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개발 및 제작이 덜 되었거나 향후 최적의 타이밍을 골라 시험발사 등을 통해 실물을 전격 공개할 수 있다고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열병식 관련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ICBM이 모조품이거나 모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주된 근거로 수십톤의 미사일을 실은 TEL의 타이어가 눌리는 하중 현상이 식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체엔진 추정 신형 ICBM은 대형발사관(캐니스터)에 격납된 형태로 9축짜리(양쪽 바퀴 합쳐 18개)에 실려서 열병식 맨 끝에 4기가량 등장했다. 실제 미사일의 형체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신형 ICBM은 바로 직전에 등장한 ‘괴물 ICBM’ 화성-17형보다는 길이와 직경이 다소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물이라면 무게가 최소 50t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중량이면 TEL의 타이어가 지면에 눌리는 모습이 미세하게라도 포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미 당국이 해당 영상을 다각도로 정밀 분석한 결과 이런 하중 눌림 현상이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7형의 경우에는 TEL이 지면에 눌리는 현상이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한미 정보당국은 대형발사관 내부가 비었거나 모형을 실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지상 분출시험을 한 고체엔진을 활용한 ICBM 제작이 끝나지 않았거나 차후를 위해 시제품 공개를 미뤘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5일 평북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5일 평북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새로 개발한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노동신문

과거에도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ICBM 등 주요 무기를 두고 모크업(mock-up·실물 크기 모형)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화성-17형이 처음 공개됐을 때도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실물일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3월 첫 발사를 시작으로 열병식 공개 2년 1개월 만인 11월 18일에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열병식에서 모형을 먼저 공개한 뒤 실제 미사일을 제작해 시험발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향후 한미 양국에 가장 강력한 경고장을 날릴수 있는 시기를 골라서 고체엔진 추정 신형 ICBM의 실물을 전격 공개하거나 시험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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