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박홍근 “이재명 체포동의안 자유투표로…지도부가 신경써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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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동의안 제출 전부터 여야 이미 ‘표 계산’
박홍근 비공개 회의서 “원내 지도부가 신경 써야” 당부
국민의힘 “35표 이탈 가능”…野도 ‘이탈표’ 우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자유 투표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원내지도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가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여야 모두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기 전부터 표 계산에 나선 모습이다.

1일 당 원내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당론으로 대응할 순 없고 결국 자유 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했다”며 “무기명 투표인만큼 반드시 부결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않는만큼 원내 지도부가 확실히 부결될 수 있도록 당 소속 의원들의 심적 변화 가능성 등을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까는 진짜 예단하기 어렵다”며 “저조차도 무조건 100% 부결될 것이다, 혹은 무조건 가결될 것이라고 단언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그는 “과연 이재명 체제로 가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만약에 이재명 의원을 체포가 될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왔을 때 우리가 겪을 일은 또 어떤 것인가 (따져볼 것)”이라며 “가결이 될 경우에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가결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야권 내 이탈표 35표’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의석은 국회 전체 의석 299석 중 115석이다. 여기에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 중 35명이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은 통과된다는 계산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전날 BBS 라디오에서 “민주당 안에서도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다”며 “(이 대표가) 구속이 되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만약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체포동의안에 찬성을 할 것이고 최소 35표 이상 찬성표가 (민주당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친명(친이재명)계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연초 들어 ‘민주주의 4.0’과 ‘민주당의 길’ 등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당내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30표 정도 이탈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주의 4.0’은 현직 의원 60여 명이, ‘민주당의 길’은 약 4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명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때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 이탈표가 충분히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섣부르게 개별 의원들을 접촉해 표 단속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도 셈법도 복잡한 모습이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당 내에서는 “검찰이 해도 너무 한다”는 동료의식과 연대감이 강해진 상황이다. 또 내년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대표 자리가 궐석이 될 경우 당이 큰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구속이 되면 당이 결국 두 쪽 나는 건데 어떻게 쉽게 이탈표를 던지겠느냐”며 “민주당에서의 이탈표는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거대 의석수를 보유한 만큼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게 사실이지만, 익명 투표이기 때문에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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