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명계 모임 찾아 “이런 자리 많을수록 좋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31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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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의 길’ 첫 비공개 토론회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향후 검찰이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요청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비명계를 직접 찾아 당내 결속을 꾀한 것으로 풀이 된다. ‘민주당의 길’ 인사들도 “비명 모임이 아닌 비전 모임”이라고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불출마를 거세게 압박했던 홍영표 의원은 “백가쟁명 같은 혼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긴장감도 표출됐다.
● 이재명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제 역할”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전당대회 이후 비명계 인사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반성과 혁신’이 확대 개편한 모임으로 이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총 40여 명의 의원 가운데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경쟁했던 박용진 강병원 의원을 비롯해, 비명계 중진인 홍영표, 이원욱 의원, 모임을 이끄는 김종민 조응천 김영배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토론회에 앞서 열린 축사에서 “정당은 당(黨)이 무리라는 뜻인 것처럼 다양성이 본질”이라며 “민주적 정당은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 통해서 국민 뜻과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민주당이 사랑받고 국정을 책임지는 훌륭한 정치조직으로 거듭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곧장 마이크를 넘겨받은 홍영표 의원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대오’ 기조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홍 의원은 “지금처럼 당이 안정되고, 단결된 때가 없었다”며 “과거에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엄청난 갈등과 대립, 혼란 속에 있었을 것인데,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선 백가쟁명과 같은 혼란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당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민은 정말 싸늘하게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홍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단일한 목소리, 단일한 대오가 좋은 것 같지만 지금 상황을 다르게 판단하는 사람도 많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갈등이나 혼란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침묵하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했다.

다만 다수의 민주당의 길 멤버들은 ‘비명계 결사체’란 당 안팎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김종민 의원은 인사말에서 “지도부는 매일 쏟아지는 사건·사고, 민심 동향 등을 발 빠르게 대처하느라 비전과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것이 어렵다”며 “민주당의 길이 이를 대신한다면 결국 가장 큰 수혜자가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가 조용히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도 “정치 결사체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민주당의 길이라는 모임을 창립하는 것으로 알고 축하하러 왔는데 모임은 아니고 토론이라고 하니 당황스럽기는 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 비공개 토론회서 “지난 4년간 민주당 비호감도 2배로 늘어”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토론회는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 김봉신 부대표가 발제를 맡아 ‘민심으로 보는 민주당의 길’을 주제로 진행했다. 최근까지 정체된 민주당 지지율과 이를 극복할 총선 대책 등을 주제로 토론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2018년 민주당의 호감도가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에 비해 2배 정도 높았지만 2지난해엔 민주당 호감도가 국민의힘과 비슷해진 데 비해 비호감도는 2배로 늘었다”며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늘어난 것이 민주당이 고민해야 봐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민심의 변화 요인으로는 이 대표와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검찰 수사도 꼽혔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이 대표도 있고, 민주당 의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로 검찰이 민주당을 전면 폭격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나 시선이 보류되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이 터널을 어떻게 넘어갈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중도층이 돌아선다는 분석이 있었다”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중도층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 당시의 부동산값 폭등 관련 책임 여론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 대표가 민생 행보를 강조한 가운데 민생 현장을 챙기는 문제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핵심은 의례적인 민생 행보나 정책이 아니라 진정성이 부족했던 점이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내 민주주의 필요성’도 이 대표 체제에서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내년도 총선 승리도 낙관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의원은 “수도권, 서울 상황이 낙관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을 갈라놓는 등 네거티브 정치를 펼치면 다시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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