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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단독]軍, 유선전화로 北무인기 전파…3대 정보전달시스템은 먹통이었다

입력 2023-01-25 18:51업데이트 2023-01-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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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1일 국방부에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박사(오른쪽)가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2017년 6월 21일 국방부에서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박사(오른쪽)가 북한 무인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군 당국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닌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과 관련해 당시 상황을 조사한 결과, 무인기 대응을 위한 군의 3대 정보 전파·공유 시스템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도발 등 상황을 전·후방 각급 부대 지휘관들에게 즉각 전파하는 긴급통신망인 방공부대의 ‘고속지령대’는 물론, 대응 작전 실행을 위한 상황 전파망 ‘고속상황전파체계’, 북한 도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대응하는 시스템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밈스)’까지 제 역할을 못한 것. 실제 전쟁 발발 시 작전 수행의 시작점인 상황 전파·공유 체계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의미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무인기 침투 당시 이를 처음 레이더로 탐지한 방공부대가 고속지령대를 통해 전방 영공의 이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각급 부대에 전파해야 했지만 고속지령대는 이날 작동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정보 전파 체계로, 주로 작전 계통에 활용되는 고속상황전파체계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전방의 비상 상황이 전파되지 않으면서 밈스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기 침투 당일 육군 1군단 예하 방공 부대는 오전 10시 19분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날아오는 이상 항적을 포착해 10시 25분 전후 이를 북한 무인기로 확인했다. 하지만 무인기 침범 상황은 40분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고속지령대 등 공식 전파 체계가 아닌 일반 유선 전화를 통해 다른 부대에 전파됐다.

이러한 부실 대응 속에 북한 무인기는 당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3.7km 반경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 북쪽까지 침범해 용산 코앞인 중구 일대를 훑고 복귀했다.

군은 당시 상황 등에 대한 검열 조사를 통해 고위급 장성 가운데 1군단장, 공군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 4명에게 지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지난 2017년 6월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 (뉴스1 DB)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도발과 관련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 중간 결과는 이달 중순 김승겸 합참의장에게 보고됐다.
● 40분 늦게 상황 알리며 일반 유선 전화로
보고 내용과 관련해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당일 육군 1군단 예하 방공부대가 군사분계선(MDL)을 향해 날아오는 미상항적을 레이더로 포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19분이었다. 그로부터 6분 뒤 해당 부대는 이를 북한 무인기로 1차 식별했지만 ‘고속지령대’와 ‘고속상황전파체계’는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고속지령대는 영공의 이상 상황을 각급 부대에 실시간 전파하기 위해 방공부대가 활용하는 체계다. 고속상황전파체계는 각급 부대가 활용하는 또 다른 상황 전파 체계로, 주로 작전 계통 부대가 대응 작전 수립에 활용한다. 정부 소식통은 “전방에서 포착되는 무인기 추정 미상 항적 중 새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 떼일 경우) 두 전파 체계가 활용되면 대대적인 대응 작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바로 활용하기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새 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 해당 부대가 방공계열 부대끼리만 관련 정보를 우선 공유했고 그것도 공식 전파체계인 고속지령대가 아니라 유선 전화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속지령대 등 3대 주요 정보 전파·공유 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북한 무인기를 직접 탐지한 1군단이 이와 관련한 대응작전을 수립하는 상급 부대인 작전 계통 부대 지상작전사령부에 무인기 탐지 사실을 알린 시간은 레이더에 포착된 지 40여 분이 지난 오전 11시 5분이었다. 그것도 고속지령대가 아니라 일반 유선 전화를 통해 이뤄졌다. 소식통은 “(고속지령대 등) 군의 공식 전파 체계로 초기 상황 보고가 되지 않으면서 초동 조치가 꼬였다”며 “이 때문에 공군작전사령부가 북한 무인기 대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한 시간도 무인기를 처음 식별한 지 1시간 반 이상 지난 낮 12시 전후로 늦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제때 상황 전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북한 도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파하는 체계인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밈스)’ 역시 작동하지 못했다. 북한 무인기 탐지 및 대응 작전의 3대 축으로 꼽히는 체계들이 이날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 “고위장성 4명 책임” 문책엔 신중
1군단이 지상작전사령부에 보고한 시간은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이 포함된 비행금지구역 끄트머리를 스쳐 지나간 오전 10시 50분에서도 15분이 지난 시점이다. 이후 지상작적사령부가 합참에 무인기 침범 사실을 보고한 시간은 1군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지 6분이 지난 11시 11분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을 포함한 수도 서울 방어 작전을 책임지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자체 방공레이더로 비행금지구역을 지나가는 무인기를 포착했다. 주요 정보 전파·공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뒤늦게 수방사의 자체 레이더로 무인기를 확인했고,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태로 자체 대응에 나서야 했다.

군 당군은 무인기 대응 관련 검열을 진행한 결과, 초기 상황 판단을 잘못해 늑장 보고를 하고 전파 체계를 활용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영관급 장교 등 실무자급 여러 명을 ‘과오자’로 추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급 장성 중에선 1군단장, 공군작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등 4명에게 지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휘 책임과는 별개로 이들을 문책할지를 두곤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모두 교체 또는 문책 시 당장 군 지휘 체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게 군의 입장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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