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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정치

평양공동선언 직후 김정은 “文 아닌 트럼프와 비핵화 논의 희망”

입력 2022-09-25 00:00업데이트 2022-09-2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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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친서 공개돼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선언문을 들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이 이뤄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문재인 대통령의 뒷담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문 대통령을 제외한 채 북-미 회담을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 논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북미대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이 과도하다며 이러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속내는 전·현직 주미 특파원들의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이 이달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계간지 한미저널 10호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는 총 27통이다. 문 전 대통령에 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2018년 9월 21일자로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 담겨 있다.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김 위원장은 그해 9월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공동선언에 담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20일 귀환 보고에서 “김 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핵화를 논의하는 데 사용했다”며 “김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완전한 비핵화를 끝내고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사진출처 AP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다음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저는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하며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한마디로 문 전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 곳곳에서 한국이 아닌 미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저와 각하의 강한 의지, 진지한 노력, 독특한 접근법은 분명 결실을 맺을 것(2018.7.6)” “저와 각하와의 다음 만남이 더 중요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2018.7.30)”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이 양국 간 불신을 제거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큰 진전을 이룩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2018.9.21)”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도 불신을 드러냈다.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폼페이오 장관과 우리 양측을 갈라놓는 사안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 보다는 각하와 직접 만나 비핵화를 포함한 중요한 현안들에 관해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함이 더 건설적(2018.9.6)”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담판을 선호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비무장지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북한 쪽으로 월경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쪽으로 오른손을 뻗으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김 위원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앨리슨 후커 국장이 판문점에서 직접 전달한 3월 22일자 친서에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 “함께 성취할 수 있다는 큰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추가 협상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다루는 보도들을 비판하면서 자신과 김 위원장이 ‘친구’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하노이 노딜 회담 직후 김 위원장을 달래기 위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이 친서는 결과적으로 3차 정상회담의 도화선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총 27통의 친서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이 발송한 친서는 11통, 트럼프 대통령은 16통을 보냈다. 한글 번역본 기준으로 전체 글자 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 5300자에 불과한 반면 김 위원장은 9500자 내외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500자 이하의 단문 형식이 12통으로, 주로 안부를 묻거나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김 위원장은 A4 2장 반 분량에 해당하는 3000자 내외의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달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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